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집에서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매일 규칙적인 운동은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몇 페이지라도 책을 읽고 내용을 기록하다 보면 하루가 얼추 지나 있는데, 자기 전에 그날 하루를 일기장에 써내려간다. 아무 일도 없던 무던한 날. 그런 날이 감사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하다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약간의 예외가 적용된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운동을 미리 하고 가기도 하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집에서 퍼져 있다가 털레털레 나가거나.
어제 만났던 사람은 회사 선배였는데, 사려가 깊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분과 함께 회사 욕, 동료들 이야기,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주고받던 와중, 선배가 나에게 "너가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했다.
사실 동기면 몰라도 선배가 편했던 순간은 단 한번도 없다. 술을 먹으면서도 다음날이 걱정돼서 나는 소주 한잔을 몇번이고 꺾어 마셨고,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봐 가려가며 말했다. 해야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해 주의를 기울였다. 덕분에 나는 선배와 있는 시간 동안 말실수를 안 할 수 있었다.
그 선배를 탓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만난 상대와는 보이지 않는 선이라는 게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만 나는 그 선배에게 명확하도고 두꺼운 선을 들키지 않은 것뿐이다. 혹은 내 바운더리 범위가 상대적으로 그리 넓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 선배가 날 편하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 뭐 아무렴 어때. 상관은 없다.
나는 쉽게 피로를 느끼곤 했다. 불안함을 잘 느끼고 걱정이 많은 타입이다. 그래서 별 탈 없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 이변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나온다. 그러면서 급격히 피로함을 느낀다. 어제도, 별일 없길 바라며 나갔던 자리였다. 나의 단조롭고 평온한 일상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주고 싶지 않아서.
이리저리 뇌까리는 말들은 쉽게 휘발돼서 사라지지만, 말실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
이런걸 보면 난 참 아직 멀었다. 공적인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 자리를 온전히 즐기다 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