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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Dec 13. 2023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3)

모든 열악한 환경이 '좋은 기회'와 '괜찮은 연봉'으로 포장돼 덮어졌다.

<지난 화>

2. Trust your gut.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로 설득을 하더라도.



3. 나에게 100% 맞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좋은 기회'와 '괜찮은 연봉'으로 포장해 나를 괴롭히진 말자.

기대를 아예 내려놓고 출근했더니 오히려 회사가 괜찮게 느껴졌다.


직원들은 오늘 신규 직원이 첫 출근을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도.

나의 첫 출근을 모르는 직원에게 내 자리라고 소개받은 곳에 맥북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침에 스크럼(짧고 간단한 회의)에서 10명 남짓되는 직원들이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인수인계는 물론 회사 및 업무 소개 하나도 없이 혼자 컴퓨터 세팅을 했다.

계약서에 쓰인 업무 시간이 면접 때 안내받은 것(9-17, 8h)과 달랐다. 계약서만 이렇다고 한다.

계약서에 쓰인 업무 내용이 JD에 적힌 내용과 달랐다. 그냥 넓게 적어두는 거라고 한다.

계약서를 쓰고 돌아오자 점심시간이 막 시작됐는데 직원들이 컵라면에 물을 받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았다. 첫 출근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왜냐면 내 또래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가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되나. 직원들은 나에게 나이스하게 대해주셨고 실제로 밝고 긍정적이셨다. 얼마가지 않아 내 앞에서도 회사에 대한 싫은 내색을 심하게, 아주 자주 드러내셨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 자체는 괜찮았다. 면접에서 다친 쓰라린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걱정했던 것만큼 업무 강도가 높지도 않았다. 일단 인수인계나 업무 소개가 없으니 내가 출근한 첫 주에 해야 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일도 내 역량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거나 오히려 쉬워 보였다. 이 회사에서 1년 동안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싶은 나에게는 오히려 좋았다.


연봉이 만족스러웠다. J1 비자는 모든 열악한 조건을 다 갖춘 프로그램이다. 근데 이 회사는 그래도 내가 풍족하진 못해도 적당히 생활할 수 있는 연봉을 주었다. 한국 오피스에서 일할 때 책정된 월급 역시 내 예상보다 높아서 더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약 한 달간 회사에 다녀보니 절대 높은 연봉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말만 1년 계약직이지 정규직처럼 일해야 했다.)


그래서 '좋은 기회'와 '괜찮은 연봉'으로 나를 가스라이팅했다. 

너 이직 성공했다, 출국하자.



<다음 화>

4. 누군가 그거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다렸을지도. 하지만 이기적이여 보여도 먼저 빠르게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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