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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쓴삘 Sep 30. 2024

엔터(ENTER)의 유혹

짧은 글 시리즈

나는 컴퓨터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문서작성이든 양식기입이든 뭐든 엔터키를 쳐야 마무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소진이 많아지면 엔터의 유혹이 강력해진다.

유혹에 넘어가면 늘 실수가 많아진다.


어떤 날은 직원들 개인신상에 대해 신고할 자료를 작성하고 있었다.

외국인 직원들이라서 이름도 어렵고 생소한 서류도 많아 긴장이 됐다.

1인당 13개의 서류, 총 6명 분을 작성해야 했다.

일하다가 다른 업장에 일이 생겨 업장으로 갔다가, 창고에 일이 생겨 창고로 갔다가..

그날따라 무슨 '갑자기 생긴 일'들이 그렇게도 많던지...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집중해서 작성하다 보니 엔터가 또 유혹을 했다.

엔터만 누르면 쉴 수 있다...!

'저장하시겠습니까?'에 서둘러 엔터를 눌렀다.


그리고는 찬물을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

이제 엔터의 유혹에 넘어간 대가를 체크할 시간.

작성한 서류를 이면지에 4페이지씩 배치해 인쇄해서 검수한다.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입력했거나 작성일자가 잘못된 경우가 하나씩 보였다.


시간 들여 시작한 검수가 역시나 헛되지 않고 빛을 발한다.

검산, 퇴고, 그리고 검수.

나에겐 필수.

(오우, 라임)


처음 할 때 제대로 하면 편하지 않냐고들 하는데, 나처럼 그게 불편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검수를 한다.


그러므로,

엔터가 유혹하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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