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원작 소설 작가의 비하인드 9

워크래프트 개발자에서 SF 거장이 되기까지, 앤디 위어의 과학적 낙천주의

by 닷노트

압도적인 몰입감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인생 SF’로 불리고 있는

평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2603040842549740.jpg?type=w966


이 영화에는 사실 원작 소설이 있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마션>(2015)

원작자이기도 한 미국 SF 소설가,

앤디 위어(Andy Weir)입니다.


%EC%9E%91%EA%B0%80_%ED%94%84%EB%A1%9C%ED%95%84.jpg?type=w966


그가 그간 발표한 작품은 총 세 권.

『마션』, 『아르테미스』

그리고 『프로젝트 헤일메리』


9788925588643.jpg?type=w966



세 권 중 작가 스스로 '나의 최고작'이라

평가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마션을 뛰어넘는 마스터피스"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흥미롭게 보신 분들, 또는 보실 분들이

작품을 더 풍부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원작자 앤디 위어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봤습니다.




1.jpg?type=w966



1. 15살에 연구소에 들어간 ‘모태 공학도’


앤디 위어는 본래 소설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였습니다.


물리학자 아버지와 전기 공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무려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그래머로 스카우트될 만큼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가 스카우트된 곳은 핵무기 연구로 유명한

'샌디아 국립 연구소'였습니다.


15살 소년이 박사급 연구원들 사이에서

복잡한 물리 엔진의 코드를 짰던 경험은,


훗날 그를 '가장 현실적인 우주를

설계하는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2.『워크래프트 2』 개발자였던 시절


그의 커리어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블리자드의 전설적인 게임 『워크래프트 2』 의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그는 게임 속 수많은 캐릭터의 움직임과

자원 배분, 승리 조건의 밸런스를 맞추는

코딩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게임 속 복잡한 시스템과 수치를

설계하던 경험은 이후 소설 속에서

우주선 환경, 궤도 계산, 산소 소비량 같은

디테일로 이어집니다.


11.9 광년 밖 우주선 안의 산소 농도,

연료 소비량, 궤도 수치를 엑셀 시트로 관리하며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그의 집필 방식은

완벽한 게임 엔진을 설계하던

개발자의 습관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3. 블로그에서 시작된 『마션』의 기적


그의 작가 데뷔 스토리 또한 전설적입니다.


어느 날, 시중의 SF 소설들을 읽던

앤디 위어는 과학적 오류와 허술한 설정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차라리 내가 제대로 된 걸 써야겠다"라고

결심한 그는 본인의 웹사이트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기 시작했죠.


그러던 2009년, 단편 《The Egg(달걀)》가

전 세계적으로 괜찮은 반응을 얻으며

그는 단순한 프로그래머를 넘어

주목받는 스토리텔러로 부상합니다.


또한 데뷔작 『마션』은 사실 처음부터

출판을 목표로 쓰인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전업 작가가 될 생각이 없던 그는

개인 블로그에 취미로 <마션>을 무료 연재했습니다.


당시 그는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과학적 오류를 수정 받는 '집단 지성'의

힘을 빌렸는데요.


특히 과학적 설정에 대해서는

실제 엔지니어들이 의견을 보태며

이야기는 점점 더 정교해졌습니다.


연재가 끝나갈 무렵,

독자들이 "결말을 보기 전까진 못 기다리겠다",


"Kindle(전자책)로 소장하게 해달라"라고

아우성쳤습니다.


결국 아마존에 올린 0.99달러(약 1,300원) 짜리

전자책이 마케팅 한 푼 없이 입소문만으로

유료 차트 1위를 점령했습니다.



e37190d304a20875a4eaf7eeed89a31c.jpeg?type=w966



4.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는 소설을 쓰기 전,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게 아니라

'공학적 난제'를 먼저 던집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하나의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인류 구원 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연료 문제'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간 여행을 하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한데

방법이 없을까?”


이 질문은 곧 더 큰 상상으로 이어집니다.


“만약 연료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증식하는 미생물이라면?

그 미생물이 별의 에너지를 먹는다면?”


이렇게 탄생한 설정이 바로 작품 속

아스트로파지(Astrophage)

그리스어로 '별을 먹는 자(Astro + Phage')입니다.


이 작고 엉뚱한 질문 하나가 태양이 어두워지고,

지구가 얼어붙으며, 인류가 위기에 놓이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5. ‘계산’으로 완성되는 소설


앤디 위어의 글쓰기는 상상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에너지 보존 법칙, 상대성 이론,

추진력과 궤도까지 하나하나

실제 물리 법칙에 맞춰 설계합니다.


앤디 위어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 헤일메리>

촬영장에서 머무르며,


촬영장 배경 화면에 스치듯 지나가는

숫자 하나까지 직접 계산했고,


라이언 고슬링이 대사 도중 단위를 헷갈리면

즉시 잡아낼 정도로 완벽을 기했다고 합니다.


f4ed547aa39d97b7ce1ab8abef2c912e.jpeg?type=w966


6. "우주는 소설로만 갈게요"


앤디 위어는 작품 속 인물을 화성에 보내고,

12광년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외계 지성체와 소통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지독한

비행 공포증을 겪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27_%EC%98%A4%ED%9B%84_4.49.29.png?type=w966


그는 <마션>이 전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고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러브콜이 왔을 때도,


그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두려워

대외 활동을 최소화했을 정도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성 세트장을 지어놓고 그를 초대했지만,


앤디 위어는 끝내 비행 공포증을 이기지 못해

촬영장을 방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는 꾸준히 심리 치료와 약물 처방을 병행하며

공포증에 맞섰습니다.


결국 그는 비행기를 타고

영국 촬영장에 도착해

라이언 고슬링과 외계인 로키의 실물 모델

직접 만나는 감격을 누렸습니다.



7. '시각적 상상력이 전혀 없다'


치밀한 과학적 설계와 달리,

작가는 본인이 '시각적 상상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고백합니다.


집필 당시 그의 머릿속에선 캐릭터들이

그저 형체 없는 덩어리(Blob)로 존재했다는데요,


특히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 역에

라이언 고슬링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가는 안도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라니! 이제 주인공 머리카락 색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냥 라이언 고슬링 그 자체가 정답이니까요!"


또, 그는 영화 촬영 시 실물 로키 인형을 보고

"와, 내 주인공들이 저렇게 생겼구나!

이제야 알겠네!"라고

무릎을 쳤다는 귀여운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7. "독자의 잠을 뺏는 것”이 목표


그의 집필 철학은 지극히 실용적이고 명확합니다.


'독자를 즐겁게 해서

새벽 2시에도 책을 못 덮게 만드는 것.'


그는 '독자가 잠들기 위해 책을 덮는 지점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실패한 문장이다.'이라며

철저히 페이지 터너 소설을 지향합니다.


철학적 메시지보다 읽는 재미와 몰입감을

우선하는 그의 방식 덕분에

그의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8. 짧고 간결한 '이과적 문체'


이러한 그의 집필 방식은

그의 '이과적 문체'로 뒷받침됩니다.


화려한 수식어와 긴 묘사 대신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상황을 직시합니다.


감상에 젖기보다 곧장 계산기를 두드려

위기를 돌파하는 서술 방식은

마치 잘 짜인 프로그래밍 코드를 읽는 듯한

쾌감을 선사하고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서정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 해결을 향한 군더더기 없는

논리의 연속이야말로

팬들이 열광하는 포인트입니다.


9. 인류에 대한 믿음, 과학적 낙천주의


문체는 차가운 코드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바로 작가 특유의 밝고

따뜻한 '과학적 낙천주의' 때문입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6-03-27_%EC%98%A4%ED%9B%84_4.49.49.png?type=w966


그의 소설에는 흔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류의 선의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앤디 위어는 스스로를

'지독한 낙천주의자'라고 부릅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을 인류의 본성이라 믿죠.


비관할 시간에 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하려는 태도,

'사실과 계산'을 무기 삼아 나아가는

과학적 낙천주의는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뜨거운 메시지입니다.



project-hail-mary-by-andy-weir-031826-c123db9ac334410b9dd72b35f74da9d0.jpg?type=w966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셨다면,

혹은 앞으로 볼 예정이라면


원작 소설을 통해 경이로운 앤디 위어의 세계를

한 번 더 경험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과정과 질문들이

독서의 재미를 훨씬 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project-hail-marys-andy-weir-got-fired-from-blizzard-then-he_t2m8.1200.jpg?type=w966


차가운 과학 위에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앤디 위어.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아르테미스』(2017) 또한

현재 영화화를 위해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달의 중력을 이용한 기발한 액션이

가득한 영화가 기대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베르나르 베르베르 에세이 『나는 그대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