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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털게 Apr 11. 2019

잠깐 SNS 노티확인 하려다가 하루가 그냥...

없어지는 것은 저만 그런가요

죽일놈의 한눈팔기(distraction)

몇 년 전에 내 대학원 동료가 페북에 포스팅을 했는데 내용이 짧았다. "Internet is my enemy! (인터넷은 내 적이다!)."라고 한 마디를 적었다.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인터넷에 한눈을 팔게 되고 일이 잘 진행이 안되는 것이었다. 짧은 한 마디에 사람들이 엄청난 공감의 댓글을 달았다.


이 블로그에서는 한눈팔기 (distraction)에 대해서 많이 써볼 예정이다. 왜냐면 내가 인생으로부터 한눈을 팔다가 (거의 인터넷) 약간 망하게 되었고, 이것에 대해서 스스로 정리해보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istraction 을 한국말로 뭐라고 번역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한눈팔기로 하려고 한다. 내가 스스로 집중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으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잔재미?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한눈팔기를 너무 많이 하면 정신이 흐려진다.


가끔은 '시간'이 정신을 흩뜨리는 변명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한눈팔기를 할 때 드는 가장 큰 변명이 '어차피 몇 분 되지도 않는데', '어차피 그 시간에 다른 것 하지도 못하는데' 이런 것들이다. 실제로 내가 잠깐 잠깐 SNS 노티 확인을 하는 것은 1-2 분도 안걸린다.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는데, 중간에 잠깐 몇 분 잃어버리는 것이 큰 대수이겠는가.


대부분 대수가 아니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상사나 동료의 시선 덕에 다시 업무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잠깐 한눈팔기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나 프리랜서의 경우처럼 '외부적 압력'이 없는 경우에, 혹은 회사원이라 하더라도 일이 잘 진행이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이라면, 짧은 한눈팔기가 갖는 영향이 커진다.


사라지는 비타민 같은 생각들

나의 경우에 몇 가지 재미있는 한눈팔기꺼리를 갖고 있다 (SNS, 유투브, 인터넷쇼핑, 뉴스 등). 이것들을 잠깐씩만 확인을 해도 매시간 촘촘히 들어오면 하루 전체에 영향이 꽤 큰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기 보다는 정신이 촛점이 약간 흐려지는 느낌으로.


예를 들면 화장실에 (작은 일로) 갈 때에도 핸드폰을 놔두고 왔으면 다시 가서 가지고 온다. 출퇴근 시간은 팟캐스트가 채워준다. 엘리베이터는 페북이 채워준다. 하루의 미세한 틈마다 스마트폰이 꽉꽉 채워졌다.


그러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이 자투리 시간에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어차피 하지는 않지만, 가끔 멍하니 있다 보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했었고,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나 생각이 나기도 했었고, 다음 달에는 어떻게 살까, 가끔 진짜 운 좋을 때는 힘내서 열심히 살자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엔 이런 자투리 생각들이 많이 없어졌다. 이런 자투리 생각들로 돈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삶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지하철에 멍하니 앉아있을 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런 '잡생각'들이 비타민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비타민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처럼 직접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그리고 엄청 미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하다.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쪼금씩 조금씩 섭취된다. 이게 없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잠깐인데'하고 생각하는 한눈팔기가 없애는 것이 이런 자투리 생각들이다. 그것의 변명은  '시간'이었다. 이것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고 싶다.


시간 vs 정신

정신이 흐려지는 것과 시간관리가 안되는 것은 항상 같이 나타난다. 정신이 흐려지면 자연히 한눈팔기 활동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다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면 핵심적이지 않은 일에 시간을 쏟게 되는 것이므로, 자연히 정신이 촛점을 잃게 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같을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정신이 시간보다 중요하다. 나의 주의(attention)가 중요한 일에 잘 맞추어져 있다면 시간관리는 어느 정도 자동적으로 된다. 하지만 정신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시야가 좁아진다. 모든 것이 시간의 관점에서만 보인다.


예를 들어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 '몇 시에 무엇을 하고, 또 몇 시에 무엇을 해서 총 몇 시간을 일해야지' 하는 식으로 시간의 관점에서만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물론 계획이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정신이 촛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 시간 계획은 거의 지켜지지가 않는다. 지켜져도 퀄러티가 낮다. 그럼 이 시간 계획을 세울 때, '더 자세하게 10분 단위로 계획을 짜보자'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또한 계획을 대충 세우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 Mind가 distracted 되어 있으면 그 계획이 머리에 잘 남지 않게 된다.


Focused mind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Mind가 focused 되어 있으면 심지어 구체적인 시간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계획을 종이에 적지 않고도 이미 머릿속에 당연히 들어있다. 암기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히 방망이 깎는 노인이 손잡이의 각도와 곡선이 어떤 형태인지 자연히 머리에 갖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이게 제대로 돌아갈 때에는 구체적인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일은 몇 가지 기억해야 할 포인트들을 확인하는 기술적인 문제 정도밖에는 안된다. 이미 머릿속에 내가 해야할 일들이 다 있고, 그 우선순위가 나에게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뭔가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겉으로는 시간관리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주간의 계획을 세우고,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 구체적인 내용들을 써보지 않고도 머리에 대충의 모습이 있을 정도로 clear mind를 가져야 한다. 이미 그런 것들을 써봐야 안다는 것은 어느 정도 mind가 unfocused 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집중된 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아직까지 확실히 아는 건 한 가지이다. 온라인 한눈팔기(online distraction)이다. 이것을 줄여야 한다. 최대한 줄여야 한다.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조건 한눈팔기로 가고 싶어한다. 이 때, '시간' 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갈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잠깐 3분 노티 확인하는 건데, 10시간을 일하는 중에 잠깐 인스타 하는 것이 뭘 그렇게 대수인가? 시간위주의 사고에서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focused mind의 관점에서는 큰 영향이다. 나도 SNS를 하지만, 그것을 하는 동안 접시에 담아놓은 물 같은 mind가 흔들흔들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이후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 이런 온라인 한눈팔기를 완전히 중단하나? 

이것은 아주 어려운 얘기인데,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내가 꼭 원하는 것만 남겨두고 다 잘라내려고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온라인에서 타인과 관계가 형성되는 종류의 한눈팔기는 위험하다. 그리고 콘텐츠가 끝이 없이 이어지는 것 (유투부?)도 위험하다.


뭐든지 아예 안하는 것은 힘들다. 아예 안하기 보다는 나의 관리 안으로 끌어들여서 내가 관리해주는 것이 더 좋다. 예를 들면 특정 distraction 은 특정 요일의 특정 시간에만 하기로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을 아예 사용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관리하에 두고 있는 것이 된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다른 방법들

요즘 미국에서는 명상(meditation)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 나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온라인 한눈팔기를 내가 통제가능한 수준이 된 다음단계처럼 여겨진다. 아직은 온라인 한눈팔기를 줄이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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