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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래 Apr 12. 2019

뇌의 회피본능이 일을 미루게 한다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다.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일 직전이 되어야 시작한다. 이것을 고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요즘도 미뤄두고 있던 일들이 있다.


나의 경우에 미루게 되는 일은 보통,

- 하기 싫은 일

- 어려운 일

- 절차가 복잡한 일

이다.


뇌는 스트레스를 싫어한다. 회피(avoidance)하려고 한다.

싫은 일을 하려고 하면, 뇌는 이미 미세하게나마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피하는 활동을 찾는다. 모처럼 마음 잡고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진다거나, 싫은 일을 처리하려는 찰나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일어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책할 필요도 없다. 뇌는 진화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즉각적으로 피하도록 (avoid) 발전하여 왔다 (출처). 이것은 자연상태에서 생존에 도움이 된다. 위험한 동물의 소리가 들리면, 즉각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생존방식이다. 과거에 스트레스를 주었던 부족원을 보면, 회피하는 것이 좋은 생존방식이다. 오랜 진화과정동안 뇌는 미세한 스트레스를 (미리) 감지하고, 회피하도록 발달해왔다.


물론 현재 우리는 야생에 살고 있지 않다. 귀찮은 과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일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적 사고의 결과이고, 뇌의 깊숙한 곳은 회피하려는 성향을 간직하고 있다.


회피의 달콤함. 한눈팔기(distraction)

그런데 뇌는 회피할 '꺼리'가 필요하다. "일을 미룰꺼야!"하고 팔짱끼고 가만히 앉아 허공을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뭔가를 한다. 이 회피의 핑계를 한눈팔기(distraction)로 불러보자.


위에서 예를 들었던, 일을 하려는 찰나의 화장실이나 목마름도 다 한눈팔기에 들어간다. 아주 작은 일들이지만, 뇌가 미세한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회피하는데에 사용하는 활동들인 점에서 그렇다.


자, 여기서 스마트폰이 빛(?)을 발한다. 회피하려는 뇌에게 너무나 고마운 물건이다. 바로 내 주머니에 있다. 손만 뻗으면 된다.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다. 딜레이가 없다.


가만히 스스로를 관찰해보면, 내가 핸드폰 노티를 확인하는 때는, 미세하게나마 스트레스 상황인 경우가 많다. 이 미세한 스트레스는 월말에 내야 할 카드값이 떠올랐다던가, 공과금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나보다 잘 나가는 동료가 스치듯 생각났다거나 하는 아주 미세한 것들이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음식점에 갔는데 긴 줄을 서야 할 때, 이런 정도의 미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에 손이 가곤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한눈팔기는 꽤 살벌한 것이다. 폰에 SNS 노티가 떴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dopamine, 중독, 쾌감과 관련있는 신경전달물질) 의 양이 놀라울 만큼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겪고 있는 도파민 중독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SNS, 게임, 유튜브 등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나만 해도, 노티만 확인해볼까 하고 열었던 스마트폰을 '이제 그만하고 일 시작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면서 유투브나 SNS를 보면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의 회피본능과 재밌는 한눈팔기꺼리는, 일을 미루게 하는 영혼의 투톱이다. 이전에는 한눈팔기를 하는 나를 발견하면 자책을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 뇌의 회피매커니즘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나서는 조금 더 체계적인 대응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얼마전 이 분야 전문가 (제가 다니는 학교의 심리학 박사이자 상담가)와 얘기를 나눴는데, 이 분이 추천한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그 전에, 이런 문제에는 어떤 마술적인 해답이 없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아주 기초적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느낌의 것들이지, 무엇인가 확 한번에 바뀌는 해답은 없다. 그런게 있다면 오히려 거짓말일 수 있다고 의심하자.

방법은,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미세한 스트레스를 받는 뇌'의 회피명령을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따라가지 말고, 잠깐 멈춰서 나의 스트레스를 인식하는 것이다. 크게 숨을 쉬고 '내가 일이 쉽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구나', '일이 너무 번거롭다고 느끼는구나' 등 내 뇌의 반응을 그냥 인지해 주는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더 하겠지만 보통 이 스트레스와 회피의 기저에는 두려움(fear)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 도움이 된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는 등의 회피행동을 즉각적으로 하는 것이다. 한번 더 반복해서 쓰고 싶다. 회피행동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 회피행동을 하고 싶은 찰나에 깊이 숨을 쉬고 텀을 가지고 자신의 뇌의 걱정을 인정해준다.

  

그것을 인식하고 나서 작은 보상을 걸고 나 자신을 달래서 가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꾹 참고 10분만 하고 나서 산책을 하고 오자', '이 부분 일 하나만 처리하면 단 음료를 마시자' 같은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하기 싫다는 어린아이(자기자신)을 윽박질러서 '무조건 끝내야 돼! 빨리!'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진행하고 조금씩 보상해주면서 야금야금 가는 것이다. 스스로를 어린아이처럼 여기고 달래가면서 진행하는 것.


여기서 가장 피하고자 하는 것은 '회피(avoidance)'이다. 자기가 회피라고 느낄 만한 행동을 하면 안된다. 그리고 그 보상이 중독성이 있어서는 안된다. 대표적 예로 SNS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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