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게 되면, 얻게 되는 것들
지인 중 한 분이 부동산 투자로 큰 손실을 보신 일이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손실 규모가 10억 원쯤 된다고 했다.
그 돈은 여유 자금이 아니라, 생계가 걸린 전부였다.
그분이 느꼈을 상실감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지인을 통해 전해진 조심스러운 소문이었다.
정확한 내막을 아는 것도 아니었고, 직접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분을 다시 뵈었다.
시간이 조금은 해결해 준 걸까.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이었다.
표정에서 여유 같은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분은 조심스럽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긴 터널을 지나온 시간이었다고 했다.
돈을 잃은 것도 물론 아팠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스스로를 놓아버린 시간이었다고 했다.
자신을 방치했던 기억은, 지금도 무겁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시작은 어설펐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여느 드라마처럼 처음엔 소액 투자로 수익을 봤고, 그 성공이 욕심을 키웠다.
조금씩 규모를 키우며 나아갔고,
결국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은 건 공실 상가 몇 채와 산더미 같은 빚뿐이었다.
그 후로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오랜 시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그 시간 덕분에 조금씩 아물어 갔다고 했다.
지금도 빚은 남아 있다고 했다.
인생 역전이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많이 편해졌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 깨달은 게 있다고 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애써 발버둥 칠수록 더 아팠던 건 결국 자신 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몸으로 겪어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각자 다르다.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또 어떤 사람은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난다.
물론 아무도 그런 경험을 원하진 않는다.
아무리 값진 배움이라 해도, 일부러 겪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겪은 일이라면, 그 안에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태도는 필요하다.
그분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 사실이다.
사람은 실패만큼 성장한다고들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그분 앞에는 좋아질 일만 남은 셈이다.
무너졌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사람은 결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며 피는 꽃 ㅣ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