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내 마음 같았거든요
몇 년 전, 직장 생활의 안정감을 뒤로하고 호기롭게 개인 사업에 뛰어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출까지 얻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성벽 너머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던 풍경과 직접 부딪히는 현장 사이에는 거대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야속하게도 매출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변수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적자가 거듭되던 그 무렵, 하필이면 길고 긴 장마까지 시작되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이 잦아질수록 제 원망은 하늘로 향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는 이유를 전부 비 탓으로 돌리며, 내리는 비를 증오하기까지 했습니다. 일주일 치 예보에 비 소식이라도 섞여 있으면, 시작하지도 않은 하루의 기분을 미리 망쳐버리곤 했지요. 정작 예보와 달리 해가 쨍쨍한 날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그때의 제게 비는 불행의 전조였습니다.
그즈음 아내는 유독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사실 아내는 빗소리를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길 만큼 비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날 선 제 반응 앞에서 아내는 비가 반갑다는 내색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비바람 같던 시절을 지나왔고, 아팠던 사업도 갈무리되었습니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저는 더 이상 일기예보에 제 기분을 맡기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는 모처럼 봄비가 대지를 적셨습니다.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내심 비가 조금 더 세차게 쏟아져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녁에는 빗소리를 안주 삼아 파전에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정리를 끝내고 밤늦도록 베란다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 풍경이 참으로 아늑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비가 내렸지만 그때의 비와 지금의 비는 전혀 다른 세상의 풍경처럼 다가옵니다.
돌이켜 보면 비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적시던 빗줄기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던 제 마음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