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앞에서 나이를 묻지 않는다
나에겐 익숙한 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소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누군가에겐 생애 처음 내딛는 한 걸음일 수 있다.
어제도 그런 순간을 마주했다.
55세 전후의 신중년 분들을 초대해 단톡방을 만든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은 50명이 조금 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는 매일 대화를 이어가고, 누군가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한다.
모두 괜찮다. 다른 사람의 열정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때는 어떤 대화도, 주제도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 또한 괜찮다.
이 방의 시작은 비슷한 나이, 비슷한 경험,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첫 강의를 열었다. ‘블로그를 하며 꼭 해야 할 3가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를
내 기준에서 정리해 말씀드리기로 했다. 또, 다섯 분을 선정해 블로그를 직접 진단해드리기로 했다.
진단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러웠다.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처음 뵙는 분들에게 드리는 피드백이 혹시 글쓰기에 대한 주저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 부분도 걱정됐다. 하지만 경험상, 분명한 피드백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잘하고 계세요”라는 말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만,
“이건 고쳐보면 좋겠어요”라는 말은 정말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강의를 예고했고, 드디어 강의 당일이 되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단톡방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화면 꼭 켜야 하나요?”
“이름은 어떻게 바꾸죠?”
“저도 아바타 해도 되나요?”
이런 질문들이 낯설지 않고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귀엽게 느껴졌다.
그 안에 설렘과 긴장이 함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강의엔 약 25분 정도가 참여해 주셨고, 누군가는 여우, 강아지, 곰 아바타로 화면 속에 등장해 주셨다.
용기 내어 얼굴을 보여주신 분들도 계셨고. 누군가에겐 그날이 첫 강의였을지도 모른다.
처음 들어본 강의, 처음 켜본 화면. 처음 적어본 메모.
60세 가까운 나이에 자녀에게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처음 접속한 공간은 그 자체로도 부담이었을 수 있다. 괜한 질문 하나로 혹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봐 마음을 속으로 삼키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이분들과 함께 배움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큰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
앞으로 이 단톡방, ‘더블드림’을 신중년을 위한 대표 커뮤니티로 키워보고 싶다.
그 안에서 전자책을 출간하는 분들도 나오고,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누군가의 성장을 통해 나도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세상에 따뜻한 시선이 많아진다는 뜻이니까. 배움 앞에선 나이를 묻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시작으로 딱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