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말아요.
10살이 된 딸은 이제 혼자 자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잠들기 전이면 여전히 이렇게 묻곤 합니다.
“오늘만 같이 자면 안 돼?”
그 물음에 몇 번은 마음이 쓰여 “그래, 그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힘들어지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혼자 자는 데 적응할 수 있도록 웬만하면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려 합니다.
어젯밤도 그런 날 중 하나였습니다.
“같이 자면 안 돼?”라는 아이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안 된다고 이야기했죠.
그때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나 여기 발에 뭐가 났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스쳤어요.
우리 아이는 평소에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짐한 게 하나 있죠.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꺼낼 땐, 무조건 귀 기울이자.”
발바닥을 살펴보니, 작은 티눈 같은 게 올라와 있더군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렀습니다.
“왜 이제야 말했어.”
“진작 말했어야지.”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편했겠다. 걸을 때 많이 힘들었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너를 지켜주고 안아주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힘든 게 있으면 꼭 말해줘야 해.”
표현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혹시 어릴 적 강압적이었던 아빠였던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됩니다.
얼마 전,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 있지만, 제 기억에 남은 대로 적어봅니다.
중학생 아이가 어느 날 아침, 방 안에서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학교 가기 싫어!”
흔한 투정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 어머니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조심스레 마음을 살피고, 이야기를 들었죠.
그리고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학교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봤어요.
하지만 결국, 아이는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인 아이가 떠나야 하는 현실. 얼마나 답답하고, 또 얼마나 분했을까요.
그 뒤로 어머니와 아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길고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매일 아이에게 긍정의 말을 건넸다고 해요.
좋은 문장을 찾아 문자로 보내고, 말로도 전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 스스로도 그 말을 마음에 품었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세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1. 아이의 작은 목소리를 절대 놓치지 말자.
2.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절대 놓지 말자.
3. 그리고, 아이에게 긍정의 언어를 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