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쯤에 운전면허를 땄다. 이런저런 이유로 취득을 미뤄왔었는데, 너무 강력한 이유가 생겼었다. 친구가 차를 준다고 했다. 자기가 새 차를 살 건데, 기존 차 중고차 가격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냥 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면허를 따라고 했다. 아마 예전에 내가 약간 도와준 일도 아예 무관하진 않을 듯했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난 잇속을 따른다. 냉큼 면허를 따고 감사히 차를 받았다. 차종은 스파크 밴이었다.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운행거리가 채 45,000km를 넘지 않았다. 반짝반짝하고 예뻤다. '두부'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실제로 몰아보니 여간 좋지가 않았다. 이 경차라는 건 여러모로 쏠쏠하게 이득을 주었다. 통행료도 반값, 공영주차장도 반값, 기름값도 할인. 보험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신나게 타고 있다.
퇴사 기념으로 그 당일에 바로 강원도로 출발했다. 평일 낮은 고속도로가 뻥 뚫려있기만 했다. 국도로 빠져나오자 조금씩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공사 현장이 있는지, 바로 앞에는 레미콘이 있었다. 급할 것도 없겠다, 느긋하게 핸들을 잡고 있을 때 백미러에 엄청나게 큰 트럭이 보였다. 당연히 트럭이니까, 뭔가를 싣거나 실으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예전에 본 영상이 스쳤다. 엄청나게 큰 두 트럭 사이에 형체를 못 알아보게 뭉개진 경차가 있었던 추돌사고였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으면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차선이 하나여서 어찌 피할 수도 없었다. 10분쯤 가서 좌회전 차선이 생겼다. 옆으로 얼른 빠져서 서행했다. 조수석 너머를 묵직하게 지나가는 트럭으로 내 차가 조금 흔들렸다. 안도와 함께 내 남은 여정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길을 가던 트럭들은 나를 해하거나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차에서 내리면 나도 그렇다. 181cm에 0.1톤을 넘나드는 덩치에 어릴 적 흉터가 그대로 남아있는 얼굴은 충분히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단순히 야근 후 발걸음이 빨라진 귀갓길에서, 나를 꺼리던 여성분을 목도하고선 어머니와 통화하는 척 큰 소리를 내며 앞질러간 적도 있다. 난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었던 뿐이고, 그 길이 집에 가는 길목이었을 뿐인데.
간접적으로나마 심야 귀갓길에 나를 꺼리던 그 여성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나는, 그 트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