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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Jul 30. 2015

요리의 콘텐츠화를 통한 문화의 확장

콘텐츠의 관점에서 본 '냉장고를 부탁해'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고 있다. 채널을 돌려도 흰 제복에 칼을 든 셰프들이 도마를 두들기는 모습이 마치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해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과정 도해를 통한 요리의 콘텐츠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요리하면 제조가 완료되어 그릇에 예쁘게 담겨있는 최종 산출물만을 떠올렸다. 짜장면 하면 흰 면 위에 검은 짜장이 들이부어져 있는 모습, 만두 하면 흰 접시에 종종 담겨져 있는 잘 익은 군만두가 떠올랐다. 즉 세상에 요리는 딱 요리 이름만큼만 존재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요리와 그 요리의 맛에만 집중했고, 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예쁘고 멋진 음식점에만 관심을 가졌다. 즉,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폭이 넓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요리는 샅샅이 도해되어 재료로부터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가 콘텐츠화 되고 그 과정에 스토리를 얹어 마치 책, 음악 같은 풍성한 분야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요리를 만든다 해도 사용하는 재료들이 조금만 달라져도 재료를 볶는 순서가 살짝 바뀌어도 담아내는 접시의 종류에 따라서도 수많은 분기가 생겨나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유니크한 콘텐츠가 되어주는 것이다. 쉐프는 이제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라 작가들처럼 단어 대신 음식재료를 고르고, 문장 대신 조리 레시피를 창조해내는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그 기본 위에 재료와 시간을 한정 지어 - 마치 게임처럼 - 요리를 만드는 십분 남짓 동안 레시피 위에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얹고, 사람들은 이 과정에 마치 영화나 드라마 보듯  조마조마해한다. 박정현도 10분 남짓 드라마에 열광하며 3년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고 좋은 날 열기로 했던 샴페인을 꺼내고 만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제 요리는 단순히 흘러가는 유행이 아니라 사람들이 동물과 다른 이유가 되어주는 여러 문화적 콘텐츠들의 하나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크게 관심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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