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애견 라이프
우리 애는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시시각각 변한다. 사람은 표정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는데 반해 늘 세상 순한 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표정으로는 절대 그것을 알아챌 수가 없다. 집을 들어서면 어떻게 알고 현관 앞으로 달려 나와 발라당 누워서 반가워하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가서는 아는 척도 안 한다. 나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가방을 들면 계속 주변에서 안으라고 폴짝폴짝 뛰는데, 막상 현관문 앞에서 나간다고 하면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다. 물론 그때도 표정의 변화는 없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포커라도 가르쳐서 강원랜드 카지노의 돈을 다 긁어모으고 싶어 진다.
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떤 마음의 변화가 생긴 걸까? 먹을 것을 주는 척하다가 빼앗았던 적도 없고, 놀자고 했을 때 저리 가라고 핀잔을 준 적도 없으니 더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옆으로 와서 등을 내 몸에 대고 누우면 서운했던 감정들이 다 사라지면서 - 움직이면 잠이 깰까 봐 -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자존심 상한다.
그렇게 팔을 뻗어 리모컨도 못 가져오는 바람에 그대로 재미없는 프로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 애가 벌떡 일어나서 방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다가 쓱 돌아보는데 그 느낌이,
이제 우리 헤어져
딱 이거였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아니 숨도 참고 재미없는 방송 계속 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하고 마음속으로 물어보고 있었다는 거. 서운하다 서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