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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Dec 26. 2021

베니스의 상인과 샤일록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샤일록이 누군지 알죠?'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에서 피가 흐르지 않게 일파운드의 살을 베어가라는 말에 망연자실했던 고리대금업자. 나는 초등학교 때 그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그 사건과 '샤일록'이라는 이름만 기억날 뿐이다. 그래도, 내 대답은


'응. 알지.'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모르는 건 아니니까. 누가 뭐래도 나는 그 책을 읽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일록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 알아요?'


그렇다고 한다.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다가 사람들이 '샤일록'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애가 나한테 그럼 주인공의 이름은 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모른다. 그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었나?(사실 희극이기 때문에 맨 앞에 등장인물 설명이 있음) 내게 주인공의 이름을 물었다면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다는 것조차 납득시키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도 주인공은 몰랐어서 꽤 난처했지 뭐예요?'


나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빵을 훔쳤다고 심장 주변 살을 베어간다는 스토리부터가 참 황당하잖아.'


'.....'


잠깐의 침묵 후에 그녀가 말했다. 


'그건 장 발장이잖아요...'


'... 그럼 안토니오는 왜 법정에 선 거지?'


갑자기 기적같이 주인공 이름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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