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전투장면들이 정신없는 가운데 중간중간 너무 잠이 잘 와서 놀랐음. 재미가 없다고 말하 애매한데, 재미있지 않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다 죽어 나자빠지는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어벙한 과학자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게 빡침. 악의 근원이 부활하는 도중에 당하는 히어로물을 여럿 봤지만 이렇게 허무한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윤리수업용 교과서 같은 영웅물 중 제일 시끄럽고 가장 지루했음. 조니 뎁과의 소송사건이 대충 마무리되어서 그런지 엠버 허드도 끝까지 계속 얼굴을 들이밀지만 니콜 키드먼이 더 예쁘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얹자면, 나는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기도 하고,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생활까지 오버랩시키지도 않는다. 아니 않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일하면서 그 정도로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었던 거였음.
지난주 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비행기를 탄 것처럼 귀가 먹먹했다. 이퀄라이징을 해도 눈알만 빠질 것 같고 그 먹먹함은 전혀 풀리지 않음. 주말 내내 해저를 탐험하는 것 같은 상태로 지내다가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니 저음성 난청이란다. 그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더 중요한 건 그것 외에도 4k 음역대에 딥이 있다는 거.
이건 다시 나아지는 게 아니에요
하며 혹시 공사장에서 일하냐고 물어본다. 물론 아님. 그 정도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런 현상은 일상에서 엄청난 소음에 노출되는 분들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가 혹시 이어폰을 크게 듣냐고 물어보는데 무릎을 탁 칠 뻔함(그러고 보니 4k는 일렉기타의 째지는 톤 영역). 나는 늘 풀볼륨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니까.
'락 마니아는 귀가 먹어도 풀 볼륨'이라는 나만의 철학으로 살아왔지만 실제로 청각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니아고 뭐고 아예 음악을 듣기가 싫어짐. 여러분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스트레스성 난청은 이틀 후 괜찮아졌음)
건강
건강 이야기가 나왔으니 건강검진 이야기. 2주 전쯤 검진을 받으며 위와 대장내시경을 함께 했는데 두 개의 0.3mm 용종을 제거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저도 이형성 선종'이라는데 아니 대체 그게 뭐야? 처음에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자기도 그렇다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줄 알았음.
'사실은 저도 이형성 선종이 있...'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형성 선종'은 나쁘지만 '저도'여서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무섭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조금 기분이 풀렸지만 청구하는 법을 모름.
스타벅스 다이어리
올해 연말에는 정말 받고 싶은 게 없었다. 다이어리도 싸구려 같아 보이고, 볼펜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달력을 받아봤자 요즘 누가 그런 걸 건다고... 그런데 다 모으긴 했음. 맘에 안 드는 것들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처음 알았음.
겨우 하나 골랐는데 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거. 방문해 봤자 바로 안 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예약을 했는데, 클리셰 그대로 찾는 것을 잊어버림. 그보다 중요한 일이 너무 많으니까. 그랬더니 예약은 바로 취소가 되어 버리고 페널티로 일주일 동안은 예약이 불가능했다. 아니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난 잊어버렸지만... 고객을 길들이려 하는 게 영 맘에 안 든다.
하지만, 겨우 받긴 했음. 내가 이걸 쓰나 봐라.(벌써 개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