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Aug 31. 2024

산책과 Abbey Road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비틀스의 Abbey Road 앨범 커버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 


멤버들이 쪼르르 일렬로 건너고 있는 곳은 영국, 세인트 존스 우드역 근처 EMI 스튜디오(그 당시) 앞의 횡단보도입니다. 이 앨범사진을 찍을 때가 그들의 해체 몇 주 전이었으니, 이미 멤버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겠죠? 10분 남짓 동안 찍은 여섯 장의 사진 중 모두의 다리가 동일한 V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하나였고, 그것이 바로 이 Abbey Road의 앨범커버가 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폴 매커트니와 링고 스타는 아직 앳된 얼굴을 하고 있고,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도 건재합니다. 물론 즐거운 표정은 아니지만 길을 걸을 때 실실거리는 사람이 흔한 건 아니니까. 


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습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지는 않았지만 주말이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니까요. 다들 조심하시길. 어쨌든 그다음 날 조금 늦게 건물 밖으로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바람이 불더라고요. 이게 얼마만이지? 온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시원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걸어볼까?'


일기예보에서는 다음 주 내내 30도가 넘는다고 했으니 이런 바람을 쉽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니까. 우선 이어폰을 꽂고 Abbey Road의 Here Comes The Sun을 플레이시켰죠. 걷는다는 생각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 그리고 그 안에서 산책에 가장 어울리는 곡. 도입부의 기타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같이 흥얼거리게 된다니까요? 물론 이 곡의 주인공은 저와는 달리 따뜻한 날을 기다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그것을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


다리가 불편해 많이 걷지는 못했지만 꽤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이제는 손을 꼽으며 가을을 기다릴 수 있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더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