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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없는 코트와 택시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며칠 전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남다르게 춥다 해서 코트를 입었다. 추운 건 정말 싫으니까. 거짓말은 아닌 게, 집을 나서며 이어폰을 귀에 쑤셔 넣는 동안에 벌써 손이 시리다. '오늘 장난 아닌데?' 하며 바로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려는데,


‘주머니가 없어.’


주머니가 없었다. 이럴 수도 있나? 코트에 주머니가 없을 수도 있구나. 주머니에 덮개가 있었기 때문에 덮개 주머니 코트라 생각했었다. 매장에서 주머니에 손 넣은 자세로 거울 앞에 서볼 만큼 쇼핑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은 못 했지만, 주머니 덮개를 근거로 보편적 정서에 의해 '주머니는 있고,…’했더랬다.


어쨌든, 그 날은 올해 들어 최고로 춥다고 했던 날이고, 나는 지하철역까지 가는 동안 손이 정말 동태처럼 꽝꽝 얼어버리고 말았다. 만약 옆을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쳤다면 손가락 몇 개쯤은 뚝뚝 부러져 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코트를 열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는 것도 왠지 겉멋으로 오해받기 딱 좋을 것 같았으므로, 나는 끝까지 참아내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단 건물로 들어오면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 추웠다는 것은 다 잊게 되고, 점심때쯤 건물 통유리 안쪽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이거 봄인가?’ 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 그러다가 어둑어둑해질 때쯤이면 조금 지치게 된다. 그러면, 걷고 싶어진다.


나는 운동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조금 가까운 거리는 생존을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고 큰 고민 없이 걷는다. 오늘처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걷는데, 그래 봤자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 정도면 지겨워진다. 꼴을 보면 운동 중독 같은 것은 죽을 때까지 경험해보지 못할 것만 같다.


어쨌든, 그렇게 결심을 하고 건물 회전문을 나왔는데, 잊고 있었던 아침의 추운 공기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순간 온몸의 모든 세포가 신호를 보내왔다.


‘지금 너는 살아 있고, 이 상태로 조금 더 있으면 계속 살아있기 힘들지도 몰라.’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나는 오늘 코트 주머니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택시!!’


고민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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