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띠링~’
아침에 갑자기 ‘오늘 02시부터 경기도 권역 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 노약자 실외 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하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긴급재난 문자는 국민안전처에서 판단하여 시민에게 문제가 될 만한 각종 재난 발생 시 이동통신사를 통해 발송하게 되는데, 올해(2017년)부터 미세먼지도 포함이 되었다고 한다. 관련 기사에는 미세먼지 관련 재난 문자가 발생되는 경우의 조합까지 상세히 소개되고 있었는데, 상당히 복잡해서 문자가 오는 정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 처음 발송된 미세먼지 알람인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구매하게 되었다.
집 근처 약국에 가보니 마스크 종류가 진열대 앞의 립밤만큼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초미세먼지까지 차단하려면 KF(Korean Filter) 94 정도를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대충 하나 구매해서 쓰고 조금 걸어 보니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마치 기체의 암모니아 누출을 막기 위해 펌프 컨트롤러를 교체하러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외벽을 따라 유영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마스크 안은 분명히 산소 부족 공간이었다.
오래전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물 안에서 이런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었다. 나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물 밑으로 잠수한 이후에는 머릿속으로 ’하나둘 하나둘...' 하며 숨 쉬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바닷속 경치는 물론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걸 왜 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뿐이었으니까.
그러다가 가이드가 갑자기 손을 놓는 바람에 들숨, 날숨의 균형이 깨져버렸고, 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숨을 더 크게 들이마시려 했다. 하지만 가는 튜브를 통해 전달되는 산소는 그 정도의 양이 되지 못했고, 원하는 만큼 들이마시지 못하게 되자 바로 공포감이 엄습해 왔다. 불안 때문에 생긴 불필요한 움직임 때문에 마스크에 틈이 생겼고, 이내 얼굴 쪽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가이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지만, 내겐 저 세상으로 잘 가라는 제스처로 보일 뿐이었다.
'난 이제 죽는 거구나.'
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제 내가 뭘 하던 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게 되는 거니까.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졌다. 무위자연 無爲自然.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의 침착함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노자는 '유위를 버리고 이 우주의 흐름에 동참하라' 했고, 나는 그때 평생 가장 그 말에 가깝게 다가갔었다. 이미 누구도 의지할 사람은 없었다. 나를 살릴 사람은 나뿐이다. 나는 입 주변에 찬 짠 바닷물을 순간적으로 훅 들이마셔 버리고는, 다시 주 호흡기를 물고 천천히 침착하게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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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난 위기를 넘겼고,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사건은 잊지 못할 기억이긴 하지만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데, 오늘 미세먼지 덕에 비슷한 상황을 접하게 되어 화들짝 놀라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 제발 이 미세먼지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 햇빛이 쨍하면 별다른 고민 없이 집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