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Khruangbin의 'White Gloves'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곡은 효리네 민박 초회 편에서 효리가 이상순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틀었던 곡이다. 그녀가 이 곡을 걸자 그는 '아싸! 통했어!.'하는 표정이었지만, 그가 생각했던 곡을 그녀가 플레이시켰다기보다는 그녀가 플레이시킬 곡을 그가 맞췄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든 어때. 음악이 좋았으니 그것으로 괜찮았다.
물론 그 후 Khruangbin의 곡은 이것저것 다 찾아들어봤지만 정말 내 취향에 맞는 곡이 하나도 없다. 컨추리 풍의 기타도 그냥 그렇고, 뭔가 너무 펑크 냄새나는 비트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White gloves'가 이 그룹의 유일한 마스터 피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곡 하나 만큼은 딱 맘에 들어서 적당히 비가 오는 날 아침에는 무조건 걸어두고 싶어 진다.
남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보는 것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서 즐겁긴 하지만, 실제로 그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을 내 것으로 옮겨오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 음악이 신선하긴 해도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두고 매일 반복해 들을 만큼 당겼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나름 상대방이 생활하면서 한곡 한곡 스토리와 함께 건져냈을 곡들을 한 번에 훅 가져오는 것이 미안한 것도 있다.
오늘도 아침에 비가 내리길래 'White Gloves'를 들으며 바깥을 내려다봤는데, 도입부의 빗소리가 실제 빗소리와 겹쳐지니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이상순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뭔가 하나 줘야 할 것 같았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것이다.
내 인생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이상순이 좋아할 만한 곡이 뭐가 있을까 하고 잠시 고민을 해봤는데, 바로 이 곡이 떠오른다. 여름에 잠이 오지 않으면 창문을 열어놓고 보이저 골든 레코드처럼 우주로 흘려보내면서 잠을 청하던 곡, 낸시 윌슨의 'Elevator Beat'. 이걸 들으면 분명히 그는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이 곡을 추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니면 말고. 그런데, 전달할 방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