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애견 라이프
망고는 게으르다. 아니 느긋하다. 게다가, 뭘 시킨다고 하지도 않는다.
이리 오라고 해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고, 공을 던져줘도 관심도 안 가진다. 물론 가끔 공을 쫓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쫓는다기 보다는 대충 그쪽 방향으로 걸어간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보고 있으면 '산책이 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엄청난 욕심쟁이인데,
공을 물고 와도 도무지 건네주질 않는다. 자신이 획득한 물건은 자신의 소유라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입에 문 공을 억지로 빼내려 하면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데, 누가 보고 있을 때면 꽤 민망해진다. 그래서, 그럴 때는 '자 이제 앞이 잘 보이지?' 하며 눈 털을 정리해 준 척한다. 물론 사람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그래도, 공을 던지면 물고 와서 주인 앞에 귀엽게 놓을 정도는 훈련시켜두고 싶었다. 주인 앞에 입에 물고 있는 공을 내려놓으려면 구조상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으니까. 주인을 공경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제저녁, 만사가 귀찮은 듯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망고를 일으켜놓고는 강아지용 테니스공을 벽 쪽으로 살짝 던져주었다.(너무 멀리 던지면 바로 포기해버릴 테니까.)
망고는 예상대로 천천히 공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쩜 저렇게 성격이 차분할 수 있을까? 그런데 또, 처먹을 때는 그렇게 공격적일 수가 없다. 어쨌든, 공을 주워 입에 물고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것 같더니, 내 손에 들려있는 연근을 보고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공을 물고 우뚝 서있는 망고에게 ‘잘했어! 잘 가져왔어!’ 해주었지만, 그녀는 눈으로 ‘너 주려고 가져온 거 아냐.’하고 말하고 있었다. 현실을 부정하면서 서둘러 준비했던 연근을 내밀었는데, 저 표정은...
'공은 주기 싫고, 연근은 먹고 싶은' 바로 그 표정!
연근을 먹자니 공을 내려놓아 입을 비워야 하고, 공을 안 주고 가지고 있자니 연근을 먹을 수가 없다는 건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엄청 통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