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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Apr 12. 2020

숏폼 플랫폼인 Quibi 서비스가 론칭되었다

그렇다고 한다

바야흐로 숏폼(짧은 영상물)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메조미디어의 리서치 발표자료에 따르면 10대, 20대의 경우 동영상의 경우 10분 미만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용자가 56%나 되고, 선호 길이도 15분 미만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선호도는 수년 전부터 유행이었던 유튜브 플랫폼의 콘텐츠의 평균 사이즈와 관계가 깊을 겁니다. 최근 이런 숏폼에 대한 리서치나 분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틱톡 TikTok의 급성장도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 댄스에서 개발하여 2016년부터 전 세계에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이죠.    


이런 숏폼의 활성화나 관련 플랫폼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플랫폼에 담기는 콘텐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콘텐츠 제작의 메인 스트림에서는 플랫폼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 같은 것도 있고 말이죠. 플랫폼은 콘텐츠를 담에 제공하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최대한 섬세하고 퀄리티 넘치는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을 통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의도를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네 시간이 넘어가죠.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도 감상하려면 세 시간이 넘게 앉아있어야 했잖아요?


최근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그 뒤에는 모바일 인프라가 있습니다. 보통 상영관, 콘서트장, 집 안으로 한정되어 있던 콘텐츠 소비가 ‘어디에서나 Anywhere’로 확장되어 버린 거죠. 양대 대중 소비형 콘텐츠라고 한다면 영상물과 음악일 텐데, 그중 음악은 태생부터 비교적 숏폼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은 이미 모바일 시대 이전부터 포터블 소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그래서 모바일 초기부터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서비스 플랫폼들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쪽은 꽤 오랫동안 기존 스크린이나 50인치 이상의 대형 텔레비전에서 소비하는 것에 최적화된 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콘텐츠를 생성하는 쪽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왓챠 등등 모두 기존 콘텐츠를 스트리밍 형태로 여러 그릇에 보내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애플 TV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연속적인 seamless 콘텐츠 감상만을 특징으로 내세웠습니다. 모바일에서 보다가, 집에 들어와서 텔레비전으로 계속 이어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사용해보신 적이 있나요? 적어도 저는 없습니다.)


그러다가 유튜브가 뜨기 시작했어요. 처음 유튜브는 개인들이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콘텐츠가 짧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을 길게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제대로 만들려면 여러 사람이 협업을 해야 하고, 시나리오나 촬영 등에도 힘을 써야 하죠. 어쨌든 여러모로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비디오 클립의 크기가 짧아졌고, 그게 모바일 환경에서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조건과 맞아떨어져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대중교통 안에서도 하나의 콘텐츠를 끝낼 수 있다.’라는 건 꽤 중요한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에 끊어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유투버들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지만 주변을 보면 넘쳐나지는 않는데, 그 이유가 그 정도의 클립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창작'이라는 게 밀가루 대충 뭉쳐서 호떡 척척 만들어내는 것처럼 쉬울 리가 없잖아요? 요즘 유튜브를 보면 메인스트림 제작자들도 꽤 많이 진출해서 간을 보고 있죠. 요즘 유튜버들은 그들과 경쟁하려니 좀 졸리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틱톡입니다. 에반 스피겔의 ‘스냅챗’ 아류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된 사운드 위에 영상을 입힌다는 독특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죠. 유튜브 정도의 콘텐츠도 만들기 버겁지만, 영상으로 튀고는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립을 만들기가 쉬워서 사용자나 콘텐츠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긴 하지만, 콘텐츠의 퀄리티를 본다면 ‘글쎄요?’ 이상의 반응을 하긴 어렵습니다.


콘텐츠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누가 뭐래도 괜찮은 콘텐츠들이 많아야 합니다. 영화/드라마의 퀄리티와 틱톡의 짧은 콘텐츠의 소비 효율성 - 그 가운데에서 뭔가 Sweet Spot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생성될 수 있도록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새로운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쥘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춘추전국시대에 지난주 ‘퀴비 Quibi’ 서비스가 론칭되었죠. 올해 1월 CES2020에서 소개된 이후 4개월 만에 서비스를 개시한 ‘퀴비’는 ‘Quick Bites’의 줄임말로 10분 이하의 짧은 영상을 스트리밍 하는 플랫폼입니다. 드림웍스의 전 수장이었던 제프리 케천버그 Jeffrey Katzenberg와 HP의 전 회장이었던 맥 휘트먼 Meg Whitman이 CES에서 기조연설을 해서 이슈가 되었었죠.

‘퀴비’는 ‘Big Stories, Quick Bites’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높은 소비 효율성과 함께 뛰어난 퀄리티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자본을 활용한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빠른 소비가 가능한 길이로 제공한다는 것인데, 사실 그것은 이미 유튜브에서도 시도가 되고 있어요. 유튜브 오리지널스들은 저명한 스튜디오의 퀄리티가 높으면서도 비교적 짧은 콘텐츠들을 이미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퀴비’의 차별화된 포인트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턴 스타일 Turn-Style’이라고 하는 모바일에 특화된 독특한 소비방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거예요. ‘퀴비’는 처음부터 모바일 서비스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가 되었고, 큰 스크린에서의 소비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턴 스타일은 스마트폰의 세로그립 형태에서도 온전하게 풀화면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인데요. 저는 이 방식이 할리우드의 자본력/기술력과 잘 결합된다면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들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위에서 길고 지루하게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는데요. 즉,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의 제작, 담을 그릇의 형태에 맞게 요리를 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구독해서 살펴보니, 세로그립 상태일 때 단순하게 화면의 같은 부분을 확장하여 전체 화면 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는 위치를 확대시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세로 화면으로 감상해도 놓치는 부분이 없게 하려면 촬영 계획을 세울 때 세로 뷰를 고려한 여러 고민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 고민이 계속된다면 여러 새로운 시도들이 실험될 수도 있겠죠. 영상의 밀도도 5-6인치의 스크린에서 소비가 용이하도록, 풀샷보다는 바스트샷 위주의 클로즈업 숏들로 구성할 필요도 있겠죠. 이런 플랫폼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최적화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본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필요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담는 플랫폼의 바운더리 안에서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이겠죠. 단지 ‘퀴비’뿐 아니라 이후 모든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그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퀴비’가 성공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최적화되어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다른 플랫폼에 재활용이 안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고요. 그런 이유로 최적화의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여러 시도들이 사용자들에게 피로감을 증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건 플랫폼이 대중화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물론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성공 여부는 실제로 대중들이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된 이후 그들의 반응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과연 Sweet Spot을 적절하게 공략해서 영상 콘텐츠의 새로운 Tipping Point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퀴비’의 성공과는 상관없이 모바일에서 소비되는 모든 콘텐츠들이 그 형태에 대한 변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보셔야 할 겁니다. 단지 미디어 서비스들 뿐 아니라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건데요. 예를 들면 모든 비즈니스는 서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아직도 기존 문서의 형태와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세일즈 콘텐츠나 계약서들도 아직은 A4 크기를 그대로 고수하면서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형태의 변화에만 집중하면 원만한 전이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울 겁니다. 요즘같이 코로나-19 덕에 비대면이 이슈화 되고 있는 상황이고 단순히 얼마 동안만 견디면 사라질 니드가 아니라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더라도 콘텐츠를 모바일 소비에 적합하도록 재구성하는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


이야기하다 보니 역시 중요한 것은 ‘돈’이 되어버리긴 했습니다만,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써야 하니까요. 물론 그게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다 그런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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