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는 삶 001

잠, 하루를 끝내는 용기

by 자유와재미


잠, 하루를 끝내는 용기


나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좋다.

밤을 새우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시간

이미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하루의 끝과 하루의 시작이 맞닿는 그 자리에서

나는 종종 멈춰 선다.

과거와 미래의 경계는 언제나 현재에 닿아 있고,

그 지점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흔든다.


같은 공간인데도 감정은 다르다.

하루를 끝내는 몸은 느리고 무겁고,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는 빠르고 선명하다.

끝과 시작이 겹쳐질 때

내 마음은 둘로 갈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한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흐르는 것처럼.


하루와 하루 사이에는

잠이라는 선물이 있다.

의식이 꺼지고, 생각이 느슨해지며,

어제의 감정이 오늘의 감정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용한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시간.


심리적으로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각성된 신경계를 낮추고,

하루 동안 쌓인 감정 자극을 정리하며,

“여기까지가 오늘이다”라고

몸과 마음에 알려주는 의식에 가깝다.

잠은 하루를 다음 날로 넘기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계의 문이다.


경계가 모호한 삶은 고달프다.

사람과 사람의 경계,

사람과 역할의 경계,

시간과 시간의 경계.

이 경계들이 흐려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된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더 쉽게 소진된다.


하루의 경계도 마찬가지다.

끝내야 할 하루를 끝내지 못한 채

곧바로 다음 하루로 넘어가면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채 누적된다.

몸은 누워 있어도

마음은 아직 어제에 머물러 있다.

잠들기 어려운 밤은

대부분 피로가 아니라

하루를 닫지 못한 결과다.


경계를 넘나드는 삶은

때로 스릴 있고,

도파민을 분출하게 한다.

밤과 낮을 오가고,

역할과 시간을 넘나들며

우리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하지만 그 경계가

‘선택된 넘나듦’이 아니라

‘무너짐’이 되는 순간,

삶은 버거워진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멈춰 있어도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계가 닫히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래서 잠은

하루를 끝내는 용기다.

더 잘하기 위해 버티는 선택이 아니라

여기까지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태도.

끝낼 줄 아는 사람이

다음 날을 시작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는 삶이란

항상 앞으로만 가는 삶이 아니라

하루를 제대로 닫을 줄 아는 삶이다.

잠이라는 이 조용한 용기가

내일의 나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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