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보며 날 선 비난 댓글엔 마음 상하기도 했고, 나도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되기도 했지만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2주가 지나고서야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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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친구를 입양하기까지의 여러 사정들을 짧은 영상을 통해 다 담을 순 없다 보니 궁금한 점이 있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저와 반려인 친구는 둘 다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서울에 계속 살고 있었더라면 가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훨씬 더 비혼 여성이 1인 가구로 살기에 어려움이 많거든요.
둘 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 이렇게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에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분이 보시고 응원의 말씀을 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저의 인터뷰가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친구를 입양해 가족이 되어 권리만 찾고 의무는 다하지 않으려 한다는 댓글도 보았습니다. 단지 법적 보호자가 필요했을 뿐이었는데 방법이 없어 입양을 선택한 거지, 대단한 혜택을 보려고 가족이 된 게 아닙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성인 입양은 법적 가족이 된다고 해서 국가가 주는 혜택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의무는 구성원끼리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면에서 저희는 가족의 의무를 아주 충실히 잘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존재해 왔고, 이제는 외면하기 어려울 만큼 굉장히 많이 늘어났음에도 가족의 범주는 여전히 결혼과 혈연으로 묶인 집단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건 국가가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동성 간이건 이성 간이건 나이차가 적건 많건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사람과 서로 의지하고 돌보며 사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가족은 남자와 여자의 성애적 관계를 전제로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자식만을 가족의 범주로 한정합니다. 왜 남녀노소를 떠나 성적 결합 없는 사이의 관계는 가족이 될 수 없는 건지 묻고 싶어요. 성적 결합보단 정서적 결합이 더 중요한 거 아닐는지요. 내가 선택한 사람과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고 책임지겠다는데 왜 가족으로 인정해 줄 수 없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족이 과연 뭘까를 고민하다 보면 가족을 대체할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저희의 이야기를 담은 책 <친구를 입양했습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비주류 종합 세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통해 가족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성인 입양, 비혼, 비건, 친구와의 동거, 시골살이 등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무탈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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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책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에 풀어놓았습니다. ^^
# 어쩌다 보니 가족이 생겼지만 저는 사실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급상황과 노년을 대비해 법적 보호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당장 심신이 건강한 성인에게는 가족 외엔 그 누구에게도 보호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더군요. 네, 그래서 법에서 정한 방법을 찾아 입양을 통해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비혼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데 여전히 모든 건 제자리입니다. 사회적 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까지 전통적인 가족제도만 고집하면서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