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마음

보를레르-‘성베드로의 배반’에 대한 답시

by 바 람

슬퍼하여라,

인간의 무지한 잔혹함 앞에

무릎 꿇고 또다시 재판장에 끌려온 하느님이여,


슬퍼하여라,

그의 죄는

인간의 종이 되어 정의와 사랑을 구현하지 못한 채

우상이 되어버린 신의 침묵이다.


슬퍼하여라,

인간의 방식이 아니면

정의와 사랑도 죄인 것을,

죽음으로 정의의 길, 사랑의 길을 걷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길이 아니다.


슬퍼하여라,

정의가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였는가!

진정 그것이 신의 손에 있다고 믿는가!

그 신이 구현하는 정의와 사랑을 받을 준비는 되었는가?


슬퍼하여라,

태어나면서 장님인 자를 눈뜨게 하고,

죽은 자를 살리고, 바람과 호수를 잠재우는 자가

죽기까지 그 정의와 사랑을 보여줘도

인정하지 못하는 자여!

그러고도 베드로의 배신뒤에 몸을 숨기는 자여,


하지만,

베드로는 돌아섰다.

인간의 정의와 사랑이 신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을 향해 가는 우리의 손에 있음을

믿음으로 알았기에

스승이 걸었던 죽음의 길로

기꺼이 돌아섰다.


전쟁과 불의의 고통에 찬 절규가

어찌 인간의 귀에만 들리겠는가!

그 절규에 반응하는 인간의 마음은 어디서 왔겠는가!


그래,

보라,

돌아서는 인간의 마음이 곧 하느님이다.



덧붙임:

이 시는 성주간에 존경하는 선배님이 보내주신 보를레르의 시를 읽고서 가슴에 울리는 소리가 있어 답하는 시입니다. 대문호의 시 앞에 답시를 적는 서툰 무모함과 글에 못미치는 삶이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본문 제목뒤의 조각상은 17세기 프랑스 빈첸시오성인입니다. 전쟁으로 고통받은 고아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일생을 사셨던 분이십니다.


보내주신 내용 중 해설은 생략하고 아래 원문만 참고로 옮겨 적습니다.



성 베드로의 배반 (Le Reniement de Saint Pierre)


하나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시는가,

그 무수한 저주 소리가

자신의 성스런 천사들에게 올라가는 것을 보며?

풍요로운 폭군처럼 육신을 배불리 먹고,

우리의 지독한 비명 소리에 취해 잠드는가?


순교자들의 신음과 사형장의 울부짖음은

의심할 바 없이 감미로운 교향곡이라네.

그 음악이 피로 사들인 기쁨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여전히 그 소리에 만족해하는가 보다!


— 오, 예수여! 겟세마네 동산을 기억하시는가?

당신은 소박하게 무릎 꿇고 기도드리지 않았던가,

하늘에서 즐겁게 웃고 있던 그분에게,

잔인한 도살자가 못질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당신의 신성(神性)을 비웃는 저급한 요리사들과

하인들의 침 뱉음을 당했을 때,

당신의 해골 속으로 가시관이 파고들 때,

인류의 고통이 당신의 육체에 깃들었을 때,


그 끔찍한 무게로 짓눌린 당신의 몸뚱이가

창백한 십자가 위에서 축 늘어졌을 때,

태양과 별들을 노래하던 당신의 입술이

마지막 유언을 남기려다 멈추었을 때,


당신은 영광스런 그날들을 생각지 않았던가?

영원한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오셨던 날,

나귀를 타고 꽃길을 걸어가시던,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찼던 그 예루살렘의 길을?


채찍질하는 자들을 당당히 내쫓으며

용기 있게 앞장서던 그 시절을?

결국, 후회라는 것이 당신의 옆구리를

창끝보다 더 깊숙이 찌르지는 않았던가?


— 나는 정녕 만족하며 이 세상을 떠나리라,

꿈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칼을 쥔 자는 칼로 망한다 하였으나,

성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한 것 — 그는 잘하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