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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운 Jul 24. 2021

한 번쯤 해보는 디스토피아적 생각

Halla Distopia

온갖 상념들을 여행하고 난 뒤에 내게 남은 것은 결국 현실과 물질을 향한 끊임없는 집착, 그리고 그것에 나 자신을 안정되게 소속되게 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뿐이었다. 나의 도피는 여기서 끝난다. 이제 진리나 예술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을 나는 버리고자 한다. 그것들에 내가 쏟고자 하는 욕망은 진작에 다른 곳에 투자되었어야 하는 바를 진심으로 뉘우친다. 나의 오랜 방황도 이곳에서 끝이다. 나는 이곳에서 한 번 죽고자 한다. 한 번 죽고서 다시 살고자 한다. 그 어떤 것도 물질과 안락한 디스토피아를 향한 갈망을 이길 수 없음을,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진정한 구원임을 나는 숱한 문학인들의 발밑에 침을 뱉으며 말하고자 한다.


그 어떤 위대한 인간도, 스마트폰에서 틀어주는 유투브를 보며 침대에서 뒹구는 일보다 더 안락한 일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이건 마치 모체의 자궁과도 같은 공간이니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인공에게 말하자면, 그렇게 멍청한 이름이 있을 수가 있을까. 구원이란 없다. 로테와 결합하더라도 아마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구원은 허락되지 않는 선에서 그에게 구원으로 머물  있었다. 그녀의 거절이 그를 숭고한 죽음과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구원으로 인도해 내었다. 베르테르가 그것을 쟁취해내었을 , 그에겐 지독한 권태가 왔을 것이다. 오로지 무력감과 무료함, 낭만이 사라졌다는 아득한 생각 뿐이다. 따라서 나에게 구원이란 나의 육체를 배불리 먹이고, 나의 정신을 죽이는  외에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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