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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May 31. 2019

예고편으로 살펴보는 <날씨의 아이>

<초속5cm>,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신작, <날씨의 아이>

한 달 전 4월 9일, 도호무비채널(東宝MOVIEチャンネル) 공식 유튜브에 한 영상이 업로드됩니다. 그것은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天気の子) 예고편이었습니다.


[날씨의 아이] 1차 예고편 (출처 : 미디어캐슬 유튜브 채널, YouTube)


그러나 1분 남짓한 짧은 영상만으로 영화에 대해 많은 정보를 캐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단지, 여전히 신카이 마코토가 빚어내는 도쿄는 아름답고, 맑고, 찬란하다는 것. 전작에서 그래 왔듯 또다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등장한다는 것. <너의 이름은>에서 합을 맞추었던 RADWIMPS가 이번에도 함께한다는 것. 또다시 신토(神道, 일본 전통 종교)적 상징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이번 영화의 주요 소재는 '날씨'라는 것 등의 뻔한 정보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틀 전 5월 28일 도호무비채널에 2차 예고편이 업로드되었습니다. 2차 예고편은 총 2분으로, 영화의 내용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보다 많은 정보들이 숨어있었습니다.


映画『天気の子』予報②, (출처 : 東宝MOVIEチャンネル, YouTube)


0. 시놉시스

「あの光の中に、行ってみたかった」
高1の夏。離島から家出し、東京にやってきた帆高。
しかし生活はすぐに困窮し、孤独な日々の果てにようやく見つけた仕事は、
怪しげなオカルト雑誌のライター業だった。
彼のこれからを示唆するかのように、連日降り続ける雨。
そんな中、雑踏ひしめく都会の片隅で、帆高は一人の少女に出会う。
ある事情を抱え、弟とふたりで明るくたくましく暮らすその少女・陽菜。
彼女には、不思議な能力があった。

"저 빛 속으로, 가 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외딴섬에서 가출해 도쿄에 도착한 호다카.
그러나 생활은 머지않아 곤란해졌고, 고독한 나날의 끝에 겨우 찾아낸 일자리는,
수상한 오컬트 잡지의 기자 일이었다.
그의 앞날을 시사하듯, 나날이 쏟아지는 비.
그런 가운데, 붐비는 도시 한편에서, 호다카는 한 소녀를 만난다.
어떤 사연을 안고, 남동생과 단둘이 밝고 씩씩하게 사는 소녀, 히나.
그녀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있었다.

위 시놉시스는 날씨의 아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놉시스입니다. 예고편과 이 시놉시스를 통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추측해보도록 합시다.



1. 히나의 이상한 능력.


시놉시스에도 나와 있듯, 히나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 능력은 대체 무엇일까요?


100%의 하레온나?

예고편에서는, "100%の晴れ女!?”라며 놀라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를 직역한다면 "100%의 맑은 여자(맑음녀)"라고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와 닿지 않습니다. '晴れ女(하레온나)'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문화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레온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雨女(아메온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메온나는 비를 부른다고 전해지는 일본의 요괴입니다. 여성의 외형을 하고, 아무 때나 비를 내리게 해 성가시게 한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러한 민간전승을 토대로, 현대에는 '외출이나 야외 활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하필 비가 내리는 여자'를 아메온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자의 경우는 '雨男(아메오토코)'라고 부릅니다.


하레온나는 아메온나의 현대적 용례에서 파생된 신조어입니다. 비가 내리는 아메온나와 달리,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날씨가 좋아지는 여자'를 하레온나라고 부릅니다. 100%의 하레온나가 있다면, 원할 때마다 날씨를 맑게 만들 수 있는 여자겠군요.



히나의 기도로 인해 내리던 빗방울이 거꾸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보면, '100%의 하레온나'란 히나를 가리키는 말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컬트 잡지의 기자인 호다카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기삿거리겠군요.



2. 히나, 혹은 호다카는 무슨 일을 벌이는 걸까?


히나에게 날씨를 맑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정보는, 사실 1차 예고편에서도 넌지시 알려 주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예고편에 추가된 장면들은 무언가 의미심장해 보였습니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는 것 이상의 정보들이, 화면에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노트에 "お天気、お届けします(날씨 전해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고 있습니다. '申し込みフォーム(신청 폼)’라는 표현도 보이네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가 귀여운 웹페이지의 공개 여부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웹페이지의 이름은 "날씨 전해드리겠습니다"군요. 우측 하단에는 신청 폼으로 보이는 기입란이 있습니다. 기입란에는 "비 때문에 곤란해하는 당신에게, 100% 하레온나가 해님을 데려다 드립니다. 어떤 곳(이라도)……(3400엔, 세금 포함)"이라고 적혀 있네요.


아무래도 히나의 능력을 이용해 비를 그치게 하는 사업을 시행하려나 봅니다. 맑게 만들 일시와 장소, 메일 주소, 맑았으면 하는 이유를 적고 금액을 지불하면 비를 멈추게 해 주나 보네요.



메일함으로 보이는 창입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결혼식을 화창하게 만들어 주세요 - 사랑이 중요한 남편", "페르세우스자리 유성군 - 별 눈동자의 실루엣", "일본 더비의 설욕을! - 우마명(경마팬으로 추정)" 등의 메일이 와 있네요. 위의 웹페이지를 통해 전송된 메일로 보입니다. '날씨 전해드립니다'가 대박을 쳤나 보네요.



아무래도 이 웹페이지의 운영자는 히나와 호다카인 것 같습니다. "난 몰랐어, 맑은 하늘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라고 말하는 히나와 "날씨란 신기해. 그저 하늘일 뿐인데, 이렇게 기분을 바꾸어 놓는구나."라고 말하는 호다카를 보면 말입니다. 노트북 화면을 보며 놀라는 둘의 모습을 보세요! 아마도 메일함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요?



3. 대체 도쿄에는 무슨 일이?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주 정확한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것도 아니고, 날씨를 맑게 해 준다는 이야기에 돈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요. 게다가 3400엔은 적은 액수도 아니고요. 어쩌면 도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요?



소원을 적어 걸어 둔 나막신입니다. 나막신의 왼쪽 아래에 '기상신사'라고 적혀 있군요. 기상신사(키쇼진쟈)는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미나미에 있는 신사로, 날씨를 관장하는 신격을 모셨다고 여겨지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날씨에 관한 소원들이 몰려들겠지요.


이제 내용을 살펴봅시다. 왼쪽 나막신부터 "결혼식 당일이…(가려짐)", "창천기원", "비가 그치도록, 언제나의 여름을!", "엄마 퇴원일에 맑았으면 좋겠어", "할아버지에게 맑은 하늘을 보여주세요" 등의 소원들이 적혀 있습니다. 하나같이 맑은 날씨를 기원하는 내용뿐이네요.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이상하다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트위터로 추정되는 SNS 화면입니다 "모두, 어서 테루테루보즈 만들어!!!"라고 적혀 있네요. 테루테루보즈는 아래 사진 속 우산에 달린 하얀 인형으로, 창틀 등에 매달면 비를 멈추게 해 준다는 인형입니다. 정말 많이 만들어 달았네요.


이쯤 되면, 어쩌면 도쿄에 기상이변이 일어나, 오랜 기간 동안 비가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시놉시스에 언급된 '나날이 쏟아지는 비'가 단순한 비는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이 멈추지 않는 비를 멈출 단 한 사람이 히나뿐인 것이죠. 이 정도라면, 3400엔이라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맡겨볼 만하겠네요.



4. 갑자기 분위기 빵야빵야


이렇게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예고편은, "이제 어른이 되어라, 소년."이라고 말하는 남자 어른의 목소리와 함께 심각한 분위기로 반전됩니다.



총구가 불을 뿜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났겠군요. 아마 이 장면이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이리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입니다. 예고편은 (당연하겠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치고 지나가는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총을 든 남자가 호다카의 머리채를 우악스레 움켜쥐고 있네요. 그런데 남자의 머리가 특이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리젠트 스타일입니다.


리젠트 헤어는 일본 서브컬쳐 속에서 '양아치'를 상징하는 헤어스타일입니다. 슬램덩크 초반부 강백호의 머리로 유명하죠. 즉 사진 속 남자는 그리 선량한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양복을 입고 총을 들었다면, 야쿠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4.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문장

예고편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는 "그것이 세계의 형태일지라도"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뭔가 눈에 걸립니다.


形자 위에 적힌 작은 히라가나가 보이시나요? 이는 요미가나라 하여, 한자를 읽을 발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한자의 원래 발음과 다른 발음을 적어 넣어 이중적으로 해석되게끔 만들기도 합니다.


'모양, 형태'를 뜻하는 形자의 원래 발음은 'けい(케이)' 혹은 'かたち(카타치)'입니다. 즉, 'さだめ(사다메)'는 의도적으로 다른 발음을 적어 넣어 이중적인 해석을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さだめ(사다메)'는 한자로 쓰면 '定め'입니다. 이는 '규정, 법칙'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위 사진의 문구는 "그것이 세계의 형태일지라도"와 "그것이 세계의 법칙일지라도"라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요? 히나와 호다카는 무슨 일을 벌이고,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되는 걸까요? <너의 이름은>을 지난 신카이 마코토는, 과연 어떤 애니메이션을 우리에게 보여줄까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날씨의 아이>,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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