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팬 시점에서의 love poem을 중심으로
아이유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이 얼마 전에 발매되었습니다. 앨범의 이름은 『Love poem(사랑시)』였는데요. 앨범의 형태가 마치 시집 한 권인 것처럼 책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곡으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래서 머릿말에는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래 가사는 정말 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밥 딜런의 「Blown in the wind」는 2016년에 대중음악 작사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죠. 지금껏 인정받아온 문학의 영역이 공식적으로 크게 확장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래 가사와 문학은 생각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습니다. 그 어원부터 살펴보죠. 영어로 서정시와 노래 가사는 같은 lyric입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어로 리라를 타며 부르는 노래를 뜻하는 lyricos라는 단어에서 왔지요. 가사와 시를 옛날부터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은 인식해온 것입니다. 시와 가사는 리듬을 가진 함축된 글이라는 점이 같은 점입니다. 비유법과 여러 표현법을 사용하여 짧은 글 안에 많은 뜻을 담아내지요. 그래서 많은 시가 음악이 붙어 노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시와 가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립성에 있습니다. 시는 그 고유의 음률과 호흡을 가지고 있지만, 가사는 음악을 떼어놓고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저작권료를 받는다는 작사가 김이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노래의 98%는 곡이 먼저 나오고 거기에 가사를 맞춰서 쓴다.’ 그러면서 읽을 때는 분명 다섯 글자인 말이라도 부를 때는 3음절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게 가사에서는 존재한다고 말하지요.
가사는 음악에 맞춰 불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구어체로 많이 쓰입니다. 구어체이기 때문에 비문이나,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나, 동어반복 등이 허용되기도 하지요. 음악에서 감정의 고조에 맞추기 위해 여과 없이 감정을 드러냅니다. 시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고 깎아내고 또 깎아내야 하지만 가사에서는 조금 더 너그러운 것이지요. 시는 며칠이고 상상하고 곱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사는 음악이 끝나기 전에 청자들이 이 가사를 곱씹는 작업을 끝내고 감동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시보다는 쉬워야 합니다. 심오함을 포기해야하는 것이지요. 가사는 이처럼 음악을 떼어놓고는 혼자서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자 이제 가사와 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유념하고, 『Love poem』의 타이틀곡 「Love poem」의 가사를 살펴볼까요?
누구를 위해 누군가 /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 여기 흐르는 듯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 부를게 /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Love poem」의 상황은 명백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외로웠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는 누군가를 위로하려는 상황이지요. 가사에서 ‘나’와 ‘너’가 등장하지만 “누구를 위해 누군가 / 기도하고 있나 봐”라는 대목에서 이 위로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상황이 우리만의 특별한 상황은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외롭고 고통스럽지만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를 전달하려는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누군가들은 ‘나’처럼 ‘너’가 이 위로를 들어줄 때까지, 어려움과 고통이 끝날 때까지 위로를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가사를 살펴보니 시와 가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나요? 시와 가사는 분명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 vs 대중가사라는 낡은 대립구도는 성립하지 않지요. 그러나 같은 맥락인 것이 분명한 만큼 시와 가사는 장르적으로 분명히 구분됩니다. 그러므로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시집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시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적인 가사라고 불러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