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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Sep 29. 2015

<시바, 인생을 던져>

인도 여행에서 '나'를 찾는 방법

<시바, 인생을 던져>는 작년 12월에 개봉한 영화로 故이성규 감독의 유작이다. 그는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간암으로 별세했다. 오랫동안 인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인도에 관련 다큐도 몇 편 찍은 바 있는 그가, 그간의 내공을 집약한 영화의 개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영화의 시작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옴 나마 시바야.’ 창조를 위한 파괴의 신 시바에게 귀의합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바는 힌두교의 파괴의 신이다. 영화를 열었던 이 문장은 영화의 중간중간 반복된다.


창조를 위한 파괴란 무엇인가


흔히 인도 여행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한다. 한데, 그곳에 가면 정말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는가. 영화는 다소 감상적일 수 있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인도 곳곳의 풍경을 꼼꼼히 비추는 것으로 답한다. 쓰레기와 오물이 지천에 널린 더러운 거리,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납치범에게 유인하는 아이들, 무료로 나눠주는 결핵약을 받으러 올 의욕도 잃은 만큼 지친 가난한 사람들까지. 과연 이런 곳에서 무슨 수로 ‘나’를 찾는단 말인가.

다큐멘터리 PD인 병태는 확신에 차 촬영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답은 커녕 질문만 늘어간다. 그즈음 염소의 목을 베는 의식이 나온다. 막 운명을 달리한, 뜨끈한 염소 피가 병태의 이마에 그어진다. 우리는 잘 안다. 피는 24시간 내 몸을 흐른다. 그러나 그것이 눈앞에서 사방으로 튀고 얼굴에 그어졌을 때 숙연해지는 것. 인도에서 나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파괴된다. 나의 가치관이 묵살되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거리에서 꾸물꾸물 들고 일어나는 무엇. 그것이 인도에서 찾을 수 있는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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