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그럴까? -1-
갈라진 담벼락 위로 한껏 웅크려진 노오란 빛의 털뭉치,
쉽게 지나칠 법하지만 본능적으로 멈춰서게 한다.
"안녕?"
이미 한차례 잠을 잔듯한 표정으로 꿈뻑꿈뻑
조용히 다가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양이식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일명, 눈 키스
얼마나 로맨틱한 인사인가! 고양이란 동물은 정말 낭만적인 것 같다.
열심히 눈을 깜빡이며 애써 눈키스를 건네었다.
나의 가상한 노력을 알아주었을까?
졸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치즈냥이는 응답하듯 눈을 한번 꾹 감았다 떠주었다.
나 한번 깜-빡
너 한번 꿈-뻑
나 한번 깜-빡
너 한번 꿈-뻑
치즈냥이는 웅크렸던 몸을 피고 낙타마냥 등을 둥글게 말다가
한껏 몸을 늘리며 기지개를 키곤 담벼락에 내려와주었다.
그러곤 나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데 느껴지는 보드라운 털의 촉감,
한껏 치켜올린 꼬리 끝, 나를 올려다보며 날려주는 눈 키스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 부자가 부럽지 않은 기분!
몸을 한껏 낮추어 나에게 마구 친밀감을 드러내는 고양이를
소중하다는 듯이 쓰다듬어주자 치즈로 덮여진 등 아래로 드러나는 하얀 배를 보여주며
누워 아양을 떨어주는 모습에 내 마음도 치즈같이 녹아내려가는 기분
맘껏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를 다리가 저려오는 것도 모른채
몇 십분이고 쓰다듬어주고 놀아주다 문득 본 시간을 보고 그제서야 몸을 일으킨다.
일으키는 나를 따라 올라가는 고양이의 시선
"내일 또 올게!"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뭔지, 눈을 한번 크게 꿈뻑이고선
꼬리를 땅에 나른하게 두어번 탕탕 내려친다.
그렇게 내일을 기약하고 자리에서 벗어나 두 걸음 가다 한번 뒤 돌아보고, 세 걸음 가다 뒤 돌아보고
길게 엎드려진 노오란 실루엣이 옅어질 떄까지 그렇게 뒤돌아보며 돌아갔다.
-
어제와 똑같은 길로 걸어가 담벼락 앞을 지나치는데,
웅크려진 노란 털뭉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두리번거리며 행방을 좇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걸쳐졌다.
어제 헤어졌던 담벼락 앞, 건너편 화단에 나른하게 햇빛을 받으며
먼 산을 쳐다보고 있는 노오란 치즈 고양이.
"야옹아!"
반가운 마음에 한 달음에 화단 앞으로 가 몸을 쭈그려 앉아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슬핏 나를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 멀어지는 눈동자,
근데 오늘따라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고양이에 내심 서운해진 마음에
조심스레 손을 뻗자 꼬리를 탁탁 내려친다.
"왜 오늘은 아는 척 안해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손등을 건네도 거들떠도 안본다.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길게 기지개 키는게 꼭 핫도그같은 실루엣.
등이라도 쓰다듬을까 싶어 한번 더 손을 뻗자 바로 몸을 낮춰 피해버리곤
총총 풀숲 사이로 사라지는 뒤태를 바라만 보았다.
어제까지만 로맨틱한 인사도 나누었던 연인같이
오랜만에 본 친구처럼 굴더니,
정말 고양이란 동물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