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심리학 : 14. 선택적 주의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 뇌는 지금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읽고 처리하며, 그 외 다른 자극들을 무시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깊게 몰입해 본 경험이 있는지 한 번 떠올려보자. 너무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길을 걷다 정말 멋진 이성을 마주쳤을 때
운동할 때 거울을 보며 자세를 바로잡을 때
흥미로운 책을 읽을 때
몰입감 넘치는 영화를 볼 때
...
이럴 때 우린 자연스럽게 주변의 수많은 자극들을 무시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옆에서 건네는 말을 듣지 못하는 상황도 이럴 때 발생한다.
우리는 지금 몰입을 하고 있는 주체가 나에게 중요한 거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근데 내 앞에 놓인 무언가가 중요하거나 필요한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을 땐 어떨까?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땐 각종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배너에 뜬 카톡 알림, 옆에서 부르는 소리 같은 자극에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이러한 사람의 인지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글을 읽는 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 이 글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면, 독자의 집중력은 끊임없이 저하되다 결국 끝까지 읽기를 포기해버릴 수 있다. 첫 단락에서 주의를 이끌지 못한다면, 그리고 다음 단락에서 주의를 이끌지 못한다면, 독자가 끝까지 읽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것이다.(끝까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나올 장면들이 기대되지 않고 내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다른 자극들(딴생각, 주변의 소리, 불편한 자세)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영화는 계속해서 떡밥을 던지고 호기심을 유발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잘 만들어진 웹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은 우리가 선택적 집중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래 예시를 보자.
애플의 신제품 소개 페이지를 방문해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큼직큼직한 폰트와 시선을 끄는 이미지 그리고 애니메이션 효과는, 계속해서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고 싶게 만든다. 새로운 기능은 쉽게 주목을 받지만, 그 외 기술적인 설명이나 수치 상으로 적힌 업그레이드된 사항들은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이렇게 재치 있는 방식으로 고객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핀터레스트의 페이지 레이아웃은 독특하다. 단순히 격자 식의 레이아웃을 사용하는 대신, 요소마다 높이가 다른 불규칙적 레이아웃을 사용했다. 사람들은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핀터레스트에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 과정은 지루하고 피로할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이러한 레이아웃 배치를 통해, 시선을 점점 아래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많은 정보를 개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유저가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 방금 뭐라고 했어? 진짜 못 들었어. 근데 이거 봐봐. 애플 완전 대박이지 않아? 진짜 사고 싶다"
고객이 우리 제품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인지 심리학 정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