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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Mar 15. 2022

1%의 합격률을 뚫은 네 명의 공통점?

디자인과 심리학 : 15. 생존 편향적 사고

생존 편향 (Survivorship Bias) : 살아남은 것만 주목하고 실패한 것은 고려하지 않는 편향적 사고


여기 '1%'라는 극악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시험이 있다. 나는 당장 내년 하반기에 그 시험을 치르러 가야 한다. 각 잡고 시험 준비에 뛰어들기 전에, 합격 수기부터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일 조회수가 높은 글부터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한 네 개쯤 읽었을 때였을까. 무언가 공통점을 발견했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모두, 그날 하루의 감정 상태를 꼭 기록했다는 거였다! 오늘부터는 나도 기록을 하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거 몰랐겠지?


...


이것이 바로 생존 편향적 사고의 흐름이다. 우리는 합격하지 못한 99명 대신, 합격한 1명한테만 초점을 맞춘다. 나머지 99명이 불합격한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쉽게 알 수도 없다. 불합격자가 '불합격 수기'를 남기는 일은 드물 테니까 말이다. 그 99명 중엔 분명, 그날 하루의 감정 상태를 꼭 기록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편향적 사고 때문에, 위 글의 나는 자칫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결론에 도달했다. 심지어 '내가 대단한 걸 깨달았어!'란 생각으로 만들어진 신념까지 가지게 되었다.


23살에 벌써 1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사람의 이야기, 대학을 중퇴하고 자신의 사업을 매출 120억 규모로 끌어올린 사람의 이야기, 단 한 번만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대기업에 합격한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에 눈길이 간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다.





10대, 20대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SNS도 한몫을 했다. 그곳을 통해서 멋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최근에도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진짜 멋있다. 근데 왜 나만...'

'사진 진짜 잘 찍네. 근데 왜 나만...'


'근데 왜 나만 아직 이것밖에 안되지?'


이렇게 생각한 뒤에 내 감정은 흔들릴 것이다. 그 감정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흘러갈지 부정적으로 흘러갈지는, 이 생존 편향적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 한 현실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그렇게 위안을 삼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괜히 내 자존감을 저 바닥으로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선 어떨까?


5만 명이었던 실사용자 수가 조금씩 줄고 있다. 1월에는 48,000명, 2월에는 46,000명...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은 프로모션을 곁들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답변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 질문의 내용과 구성을 알차게 다듬었다.


1,000명의 사용자들이 설문에 응해주셨고, 마침내 우리는 공통된 문제점을 찾아내었다. 최근 들어 갑자기 사소한 오류가 많이 일어났었다니... 게을렀던 우리를 반성하며, 얼른 그 문제를 해결해 업데이트 버전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사용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


이제는 조금 감이 잡히실지도 모르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도 있듯, 위 팀은 이미 떠나간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들을 수도 없었다. 그 떠나간 사용자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설문에 참여시킬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는 생존 편향적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업 문화를 개선시키기 위해, 해고된 직원들의 해고 사유를 회사 내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내에 잘못된 소문이 퍼지는 걸 막음과 동시에, 그를 반면교사 삼아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즉, 넷플릭스는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로부터 해답을 찾는 게 아닌, 이미 떠나간 직원들로부터 그 해답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넷플릭스 직원의 75%가 '이러한 문화가 더 나은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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