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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이탈을 바라보는 시선

다크패턴 디자인 1. 로치 모텔(Roach Motel)

by 도영

사용자가 떠나가는 덴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심지어 이유가 꼭 제품 안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너무 늘어나서, 혹은 관계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땐 사용자가 떠난 이유가 제품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도비 프로그램을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어서 유료 플랜을 해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일정 수치의 이탈률은 불가항력이란 생각이 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떠나가는 사용자들을 지켜보며, 무엇이 동기가 되었을지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 문제가 내부에 있다는 지표를 발견한다면, 해결책을 도모해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해드릴 로치 모텔 유형의 다크 패턴은, 딱히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떠나려는 사용자에게도 굳이 굳이 안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1. 로치 모텔 유형

로치 모텔(Roach Motel)은 미국의 바퀴벌레 미끼 장치이다. 바퀴벌레는 특정 냄새에 이끌려 장치에 쉽게 접근하지만, 끈끈이에 닿는 순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게 한 뒤, 벗어나기 힘들 게 만드는 다크 패턴 유형의 이름으로 딱 적합하다.


한시적 할인 혜택, 1개월 무료 이용권 등의 장치들로 쉽게 접근하게 만든 후, 복잡한 해지 및 탈퇴 과정, 눈에 띄지 않는 버튼 등의 장치들로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유형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2. 어도비의 오프보딩 프로세스

오프보딩(Off-Boarding) :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탈하는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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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단계에 오기까지 이미 세네 번의 화면 전환과 계정 인증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이 화면은 <플랜 변경>과 <플랜 취소> 중에 후자를 선택하고 마주한 화면임을 염두에 두자.


어도비는 나에게 떠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묻고 있다. 여기서 <나에게 맞는 제품이 아님>이라는 선택지를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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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나에게 맞는 제품이 아니고, 플랜을 변경하지 않겠단 의사를 표현했는데도 이런 팝업을 띄워줬다. 그래도 일단 아니오를 눌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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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취소 수수료라니... 물론 약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나의 불찰이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항은 눈에 띄게 따로 고지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사항을 최대한 덜 강조함으로써 쉽게 접근하게 만들고, 떠날 땐 크게 강조하며, 해지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놓았다.


혹시 몰라 다른 선택지를 골라보았지만, 나에게 보여지는 화면은 모두 같았다.


<배우기가 너무 어려움>이라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어도비는 자체 튜토리얼 영상이나, 문서 링크를 제공해 주며 회유해 볼 수도 있었을 거다. 도구 습득 능력은 제품 외부의 문제지만, 입문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건 제품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니, 이는 적절한 회유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맞는 제품이 아님>같이 오직 제품 외부의 문제와 관련된 선택지를 골랐다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등장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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