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과 인문학이 융합된 학문으로 10년 전쯤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와는 먼 이야기겠거니 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고서 등과 같은 역사적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이 처음 자리를 잡을 때도 이것이 과연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화콘텐츠를 학문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철학, 어학, 지역학, 문화정책, 비평, 출판 등 많은 영역이 융합되어야 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 하면 영화, 애니메니션, 영화 등 콘텐츠 영역에 대한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를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지금 나에게 디지털 인문학이 그렇다. 2년 전, 디지털 인문학 학회에 갔을 때 인문학을 디지털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 디지털 인문학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인문학 연구 방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 방법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점에서 다들 고민이 많았다. 물론 지금 나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컴퓨터로 확인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간단하게 생각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텍스트를 데이터화해서 분석하고 시각화한 후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면 된다. 데이터를 분석한 후 해석을 할 수도 있고 해석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그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잘 몰랐을 뿐이지 만약 시도해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면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 디지털 인문학 같다. 더군다나 요즘은 좋은 툴, 훌륭한 플랫폼 그리고 우리 친구 ChtaGPT가 있어서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내 연구 분야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만 있으면 기술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닌 텍스트 데이터에 있다. 무엇이든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아무리 화려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것도 기획할 수도 제작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에게 열심히 텍스트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아직은 모르겠지... 그래... 그럴 수 있다. 이것 또한 경험이니까.
지금은 그 말을 학생들이 아닌 나에게 하고 싶다. 한동안 책과 논문, 보고서 등 자료를 등한시했더니 어떤 것을 하든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없다. 그저 머릿속만 복잡할 뿐. 그래서 꾸준히 브런치에 이런저런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브런치를 일기장으로 사용했다.
뭐든 기록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