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에 몰입한 두 시간 반
지리산 능선과 운해 (2)
이번 시간은 선생님의 지시 내용 없이 마음껏 채색으로 두 시간 반 동안 붓으로 탭댄스를 춘 날이다. 앉자마자 프러시안 블루에서 파생한 여러 가지 색을 어렴풋하게 비슷하게 깔아보았다. 역시 유화의 1차 도색은 제멋대로의 맛이 있다.
가장 앞에 있는 나무들은 정확하게 초록 계열이 섞여있는지 모르겠지만 색감을 여러 가지 쓰려고 내 멋대로 추가해서 넣었다. 자세히 보면 도로 부분이 작게 있는데 좀 굵게 칠이 되었다. 다음에 수정해야지.. (수정할 것이 그것만 있겠냐마는) 어떤 수강생분은 이 그림이 수렵도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여기까지 채색한 것을 보고 고분벽화 같다고 칭찬해주셨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나의 개성을 살린 새로운 그림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색 표현을 참 잘한다고 좋게 평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지난 시간에 선생님의 지시대로 산세를 최대한 압축해서 긴장감 있게 구성했더니 오렌지 빛이 스민 하늘을 더 넓게 그릴 수 있게 됐다.
여러 가지 색을 조합해 만든 하늘색과 옅은 주황색 다양한 채도가 갑자기 내 마음을 꽉 채워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지금 순간이 색감에 힐링을 받는 순간이다. 이 작은 요소가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늘도 1차 도색을 하려고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칠했다. 처음 밑그림 그렸던 라인을 덮기엔 색이 얇지만 2차, 3차가 남았으니까 괜찮다. 손이 닿는 대로 칠한 오늘의 그림에 애정이 샘솟는다. 오늘은 선생님의 지시 내용 없이 마음껏 채색으로 두 시간 반 동안 붓으로 탭댄스를 춘 날! 디테일이 필요 없는, 붓이 가장 자유로운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