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능선과 운해 (1)
수강생 중에 예전 그림을 가져와서 수정하는 분들이 계신데 어떤 분이 산능선을 멋있게 그리셨다. 다음 번 그림을 정했지만 산능선 그림을 보니까 마음이 바뀌었다. 핀터레스트에서 '산능선'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지리산 풍경'으로 검색해보라고 하셨다. 색감이나 뭐로나 너무 멋진 사진을 발견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던 천왕봉에서 마주한 운해일까? 정보는 알 수 없었지만 운해와 파란빛의 능선과 살짝 붉은 하늘이 좋았다. 색감이 좀 들어간 (수묵화 느낌이 적은) 풍경을 찾다가 아래 사진을 그려보기로 했다. (새벽일까요? 노을일까요?)
언제나 설레는 밑그림을 시작했다. 지난 그림에서 파란병의 비대칭이 밑그림부터 시작되었다는것을 배우고 밑그림도 신중하게 그리기로 다짐했다. 수정을 하기 쉽도록 오일을 팔레트에 많이 떨구고 쓰다 남은 그림과 좀 근접한 색을 붓에 묻혀 그려본다. 선생님은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서 그리라고 지시했다. 캔버스의 프레임과 사진의 프레임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피사체를 모두 캔버스에 담으려면 하늘은 남기게 그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러 겹의 산을 그리다보면 그림이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그림이 늘어지면 재미가 없는 그림이 된다고 했다.
사진을 보며 그리는데 산세가 많으니까 헛갈리기도 했고 채도 차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도 미리 표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나름대로 세밀하게 그렸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림이 늘어졌어요. 긴장감을 줘야해요.
그림이 늘어진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림 속의 긴장감이란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어쨌든 선생님의 말로는 내가 산세 사이마다 너무 간격을 넓혀서 좀더 좁히고 차라리 위의 하늘은 넓직하게 남기라는 말이었다. 다시 재정비를 해본다. 선이 너무 많아졌다. 어디가 산이고 구름인지, 헛갈렸다. 선생님이 다시 라인을 잡아주었고 선이 복잡하니 아래부터 경계선 먼저 칠하라고 한다. 가장 앞에 보이는 짙은 산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복잡할 땐 가장 앞에 있는 일부터 하면 되는 것 처럼?)
눈에 가장 잘 보이는 산부터 칠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그림의 긴장감을 조금 알 것도 같다. 타이트하게 붙여야 시야가 넓어져 광각 효과가 난다. 밑그림부터 늘어져버렸다면 아마도 애매한 줌 인 피사체가 되어 그림이 귀여워져 버렸을 것 같다. (좋게 말해 귀엽다는 것이란 거다. 그리는 사람으로서 가치 없는 내 그림은 없을 것이지만 첫단추를 잘못꿰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을 계속 해야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곤욕일 수 있겠지 싶다.)
지난 그림에서 교훈을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해 보니 (밑그림에 공들이기) 이번 그림에 기대감이 살짝 높아졌다. 어제 2시간은 여기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