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스타그램은 정말 애증의 SNS다. 요즘 계정 하나를 더 파서 sns를 엿보고 있었다. (그놈의 트렌드.. 정말 사랑해 마지않음)
3년 전쯤 나는 인스타그램의 정의수호자였다. (책 중에 '정의중독'이 있더라. 나 아니야? 하고 정말 씁쓸해하면서 후루룩 읽어 봄. 몇 번 뼈 맞았다) 그 당시 나는 "여러분, 내 친구들님덜! 제발 (주제 막론) 과시에 중독되지 마세요! 가상의 공간에서 위안을 찾지 맙시다" 하면서 혼자 선박의 조타를 반대방향으로 꺾어보는 것 마냥 끙끙댔지만 내가 크게 패배했다. 나 역시도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아 보려는 가여운 발버둥이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과시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데 초음파 사진과, 임신과, 축하와, 출산과, 아기의 성장을 눈으로 보는 게 잔인하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SNS 부적응자로서 떠나게 됐다. 떠날 때 쿨하게 훌훌 떠나버려야 하는데 나 같은 진지충에게 사적 공간이란 찐으로 심각하게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는 것을 더해, 나의 모든 애증에 큰 몫을 해버렸다. 내 글.. 내 사진.. 내 생각... 내 기록.. 못 잃어! (생각해 보면 자기애 대단한 듯하다)
꽤 장기간 인스타그램 글 올리기 버튼조차 눌러보기를 안 하니까 진짜 다시는 못할 것 같은 (뭘 해도 오글거려 버림) 날것의 나, 정화된 나로 다시금 태어난 듯해서 너무 좋은데 문제는 꽁꽁 묶어 해저 300미터쯤으로 던져버린 것 같은 구 계정을 어떻게 존속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다다른 거다. 그냥 모른 체 하고 묻고 지내도 되겠는데 신세대에 발맞추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이거 다시 어떻게 정비를 해야겠더라.
덮어놓고 흐린 눈으로 살았는데 창업 선생님이 학생들과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하자고 한다. 취향을 알아야 한다고. 뜨헉. 죽은 계정을 뭐 하러 공유하나 싶기도 하면서 내가 팔로우 한 사람들을 보고 취향이라 한다면 그건 가치로 인정해 주시려나? 하면서 아이디를 제출했다. 그래서 나의 인스타그램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문제의 개요>
1.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하는 묵힌 계정이 있다. (비활성화시켜놓음)
2. 비활성화를 위함과 동시에 케케 일 트렌드분석을 위해 G메일로 다시 가입한 계정이 있다.
3. 계정 정리를 하려니(사실 비활성화 해놓은 걸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 두 계정을 통합하라고 한다.
4. 단, 통합을 하면 두 계정 중 하나가 사라진다. (비활성화해둔 계정 같음)
5. 나는 어쨌든 계정 정리는 필요하다.
6. 계정을 통합했다. 페이스북 로그인 계정으로. (이것도 너무 맘에 안 듦) 비활성화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싶었는데 비활성화라 그런지 전환이 계속 안되는 거였다. 내 잘못도 있지만 내 기록이 날아가는 것도 왠지 운명에 맡기고 싶어서 휘리릭 정리해 버렸다.
<결과>
1. 구 계정 팔로우(지인들) 됐던 거 모두 사라짐 - 몹시 후련함
2. 구 계정 내 글, 사진 모두 사라짐 - 아 울고 싶다
3. 로그인은 앞으로 페이스북으로만 가능? 아 이거 진짜 별로임
4. 인스타그램은 정말....(심한 욕)
그래서 내 인스타그램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도 철저하게 상업용으로 쓰리 오다.
= 지인들끼리는 절대 팔로우 안 하기로 할래요. 나는 sns로 지인들이랑 소통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