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사라진지 오랜데, 1인 쇼파에 앉아 널부러져 있을 때 TV를 켜고 툭툭 채널을 돌리다가 관심을 갖게 된 , 아니 좀 자꾸 궁금한 프로그램이 요즘 '심야괴담회'이다. 나는 사람을 더 무서워하던 겁쟁이 인데 요즘은 사실 다르다고 느껴지는게 심야괴담회를 본 이후부터 본격화 된 것 같다. 정말 너무 무서운거다. (ㅋㅋㅋㅋ) 너무 무서우면 안보면 되는데 이런 경우, 저런 경우 괴담이 궁금해서 참기 힘들다. 오죽 무서우면 케케가 꼭 있을 때 켤 수 있다는 조건이 생겼다. 그리고 패널이 나올 때만 조금씩 곁눈질로 보고 재연씬이 나오면 시선을 돌려버려 라디오 처럼 시청 중이다.
엊그제는 잠에 깊이 안드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자다가 혼자 깨서 어두운 상태로 다시 잠을 청하는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잠을 자는게 두려웠다. 악몽을 꿀까봐도 겁이 났다. 유투브로 심야괴담회 에피소드를 몇개 봤는데 꿈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댓글을 봤다. (댓글이 이야기를 실화냐 아니냐 더 저울질을 해준다;) 나는 꿈이 종종 맞는 편이라서 꿈 꾸는 것이 무서워졌다.
어릴적 부터 보살펴주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고등학교 시절을 넘어 스무살이 넘어서도 힘이 들면 할머니한테 기도했다.(기도의 의미는 다양하다) 무언가를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신에게 하는 기도가 아니라, 마음이 힘들 때 그냥 할머니 어디에선가 나를 보고 있지 않느냐고 주저리 주저리 짧게 말하면 나를 아주 나쁜 상황으로는 가지 않게 살아계셨을 때처럼 도와주실 것 같은 기분을 받아서 마음의 안정을 찾곤 했다.
재작년 돌아가신 시할머니는 나를 좋아하셨다. 우리에게 아이 많이 낳지도 말고 딱 1명만 낳아서 너네 고생하지 말고 키워라 하시면서 보통의 할머니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항상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사경을 헤메시기 전, 기력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실 무렵이었다. 3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우리를 다그친 적은 한번도 없으셨고 그 날은 무언가를 알고 계신 듯 말씀하셨다. "내가 죽어서도 너네 부부(이름을 말하시면서) 잘 되라고, 꼭 다 잘 되라고 하늘에서 빌게." 나는 그 말이 이렇게 힘들 때 마다 생각이 난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좋아하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원래 네 분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여덟 분이나 계신 걸텐데. 얼마나 든든한 상황인지. 난 그래서 왠지 케케랑 나랑 둘이 살아감에 있어 두려움이 없었다. 안좋은 상황이 절대 없을거야! 라는 자만이 아니라 보호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안정감이랄까.
어느 순간 부터 내가 하늘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교로서) 사실 실망과 원망 어딘가쯤...으로 살고 있었다 요즘은.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누적되니까. (가끔 하던 나만의 기도도 지쳐버렸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생각 중이었는데 어떤 에피소드 중에 기도는 돌아가신 분에게 하는게 아니라고 해서 (일본의 문화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잘못해왔나 싶기도 하다. (혹시 전도하고 싶은 분 계실지라도 그 손 내려주세요...)
이렇게 겁을 먹는 다는 건 내 마음이 허해졌단 반증이라는걸 잘 안다. 사소한 것도 내가 안되는 것의 흐름 중 하나일까? 반문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안좋은 일이 자꾸 벌어진 다는 것이 혹시 터 때문이라면? 우리 부부와 맞지 않는 무언가가 방해중이라면? 이런 생각으로도 발전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와중에 어떤 부분과 요소는 반대적 상황을 가졌으니 우리는 괜찮은 것이라고 스스로도 위로한다. 지금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까 심야괴담회는 아주 나에게는 나쁜 프로그램이다. (ㅋㅋㅋ)
며칠 전 사랑니를 뽑을 때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보통의 어금니는 뿌리가 두개라 잇몸 근육에 잘 달라붙어 강력한 힘을 쓸 수 있는건데 나에게는 사랑니 옆 어금니가 뿌리가 1개로 뽑히기 쉽게 생겨 걱정이라고. 게다가 신경치료까지 해서 잘 관리 해주어야 한다고. 평생 써야하는 이 인데 10년은 갈 지 너무 걱정된다고 하신다. (존경하는 참 의료인이라 진심이 전달이 됨)
요즘 나의 마음 같다. 쇠약해진 뿌리 1개짜리 어금니. 마음의 유약함을 치아와 비교를 하다니.. 약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건재한 나의 어금니에게 미안해지지만, 왠지 나의 이런 되새김질이 건강한 잇몸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무겁지만 저 멀리에서 끌어와 글감으로서 붙여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