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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Jun 22. 2023

힘들어도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어


  기록을 하고 싶어 졌을 때 글로 남기거나 반드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요즘 기록할 것이 많아졌다.


  사람은 경험을 기반으로 깨닫는 바가 많아진다고 알고 살았는데 나의 그 도전정신에 외부적인 영향으로 중단이 되고 많이 허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렇게 괴로운 결정을 질질 끌고 가다가 드디어 상처받고 그만 괴롭자고 매듭을 짓는 기분이란.


  지금까지 매 수업마다 한두 번씩은 크게 쪽팔리고 부끄러웠지만 난 꼭 해내고 말 거라는 다짐으로 귀가하곤 했는데 어제의 쪽팔림은 약간 뭐랄까. 스스로 이건 끝이다. 음. 안 되겠네.. 도장 쾅 찍었달까. 이 수모를 못 이기겠어. 난 안 되겠어..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폐다 이건! 하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공손하게 인사드리고.. 따로 연락드리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돌아설 때는 너무 화가 나서 '우와 여기 발 못 붙일 사람 하나 늘어서, 본인의 주장이 먹혀서, 뿌듯하겠다?!!!  혹시 그 쾌감..으로(성취감의 반증) 자신 있게 사시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성공한 자영업자들이 그냥저냥 사업의 판에 뛰어든다는 사람 붙잡아 흔들어 말리는 거 보면 '너 고시 함부로 보는 거 아니야 내가 붙어봐서 아는데...' 이런 느낌? 하지만 큰돈 투자하는 거 돈 아끼게 해 주는 거라니까 뭐. 언제나 나를 위한 조언일 테니 새겨듣기로 했다. 또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시험관 시술 시도를 접을 거다, 라고 한다면 선생님이 말씀한 대로 요식업도 하겠지만 도무지 그 도전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그렇다고 선생님 말씀처럼 카페 운영을 x처럼 쉽게 생각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운영에 있어서 국물 들통을 들고 닦고 할 자신이 없다는 것...)


  마지막은 이렇게 자존감에 깊은 스크래치 남기고 아직 진물이 나오는 수준이라 그런지 오늘 자고 일어나 아침에 '나 뭐 하지? 뭐 하려고 했더라?' 포기는 안 했는데 뭘 크게 포기한 느낌에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어젯밤에 분명 도서관을 갈 거라고 다짐하였거늘.. 조카가 엄마집에 온다고 하여 그들의 에너지를 좀 받으러 만나러 가려고 빵을 굽고 있다..)


  아무튼 나는 창업반에서 나왔다. 그래서 창업을 하지 않을 거냐고? 아니.. 아니.. 그냥 돈 벌 궁리는 접으려고 한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셨으니까. 내가 계획한 거 하면 돈 다 날리는 거라고 했으니까. 그냥 그 공간에서 내 사무실로도 쓰는, 지금부터 사업운영을 구상해 볼까.


  내가 시험관 4차를 시도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인생인 것처럼 나는 내가 이런 주제로 고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전을 한다고 모두 이루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이라는 전제를 품고 작고 작은 나약한 먼지 같은 존재로 겸허하게 소소하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서도 사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삶의 경험을 존중하지만 어떤 괴로움은 이 정도, 더 아프게, 더더 아프게. 그렇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 너무 가혹한 것이다.

결국 선생님에게 나름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고 반나절 회신이 없다가 몇 문장이 왔다. 안 되는 상황을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자기의 소임이라고. 모두 준비가 될 때 다시 오라고. '다시 오라고'하는 말에 만족감을 느끼고 마침표를 찍었다. 나도 애지간하게 끈질긴 녀석이다.


  어제는 너무 우울해서 짝꿍 혼자 쓰는 사무실에 가서 하루종일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놀았다. 그래도 계속 생각해도 내가 비록 중도하차하여 원하는 다른 수강생의 기회를 빼앗았을지라도 5번의 강의는 값지다고, 정말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절대 날려버린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감사인사는 충분히 전했고 난 정말 진심이다!



2021. 6. 24

(나는 한 때 카페창업 준비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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