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피쉬돔 게임 속 AI가 나에게 '질긴놈. 절대 현금을 쓰지 않는 군' 이런 짐작을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안타깝게 패배를 해도, 어떤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해도 유혹되지 않는다. 그렇게 똑같은 판을 5일-7일 넘게 한적도 있다. 레벨 업이 될 때까지. (놀랍게도 AI가 같은판을 오래 깨지못하면 '음.. 얘 좀 머리가 달리는거 같은데?'하면서 조금씩 쉬운 판을 짜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무료게임 날것의 그 대로 한 몸 불살라(?) 장렬히 전사한다. 그리고는 또 다시 도전한다.
몇번이면 더는 하지 않을 것 같던 피쉬돔 게임을 레벨 700이 넘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쪽 사람일 것으로 추측되는 랭킹 몇 위의 누군가의 레벨이 1000이 넘는 것을 보고 코웃음 치던 나였다. (이 게임을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말) 모든 게임이 현질을 유도하는 것이 룰이겠지만 이 게임도 역시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총 5번의 목숨을 주는데 이 목숨과, 단계마다 막히는 구간이 나타나면 현질을 하도록 (아이템을 돈주고 사도록) 유도한다. (우측의 망치, 어뢰, 장갑, 폭탄 등등) 한번은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해서 앱스토어의 후기를 잠시 보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아이템을 돈주고 산다는 것을 실감했다.
학창시절 우직하게 한 자리에 앉아서, 공부한다는 것, 인내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내 끈질김은 좋게 말하면 인내하다, 도전한다, 지구력있다, 근성있다 정도가 될 수 있는데 이면을 보면 이 행위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독하다, 질린다, 혀를 내두르다(?) 이런 표현이 적합하려나? 유사한 모습을 찾아보자면 나는 한 때 달걀 장조림이 맛있어서 6-7알씩 만들어서 3,4번을 계속 해먹은 적이 있고 오이무침이 맛있어서 해먹는 이야기를 꽤 장기간 했다가 '안질려?'라는 소릴 듣기도 했다. 물릴 때까지 뭘 먹거나 해야 그만두는 습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구력은 학창시절 성적에나 쓸모가 있던 것일까. 사회에서 써먹으면 독하다는 소리만 듣는다. (실제로 사회에서 일할 때 맷집을 키우겠다고 질긴 사람으로 업그레이드 해보겠다고 노오력 했지만 글쎄 그 일을 그만 두니 쓸만한게 하나도 없어졌다)
태풍의 눈에 있는 것 처럼 고요하지만 소리내지 못하는 내 마음은 매일 매일 괴롭다고 울부짖는다.
결혼 후 처음으로 이번 추석에는 집에만 있게 됐다.
나의 원래라면 명절은 명절다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렇게 조용해도 될까, 싶다.
회차의 주어진 목숨을 소진하면 '동작 소진'이라는 게임 속 룰이 오늘따라 슬프게 읽혔다.
나의 인내는, 도전의 쓸모는 나의 몸에게는 거친 멘땅의 헤딩일지언정,
마음에는 그저 혹독하고 하얗게 질리게 만드는 피폐한 과정이다.
그 끝이 있을까. 그런 운이 올까. 현금으로 목숨을 살 수는 없지만, 현금으로 게임의 기회를 살 수는 있다. 사실 무료게임이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몇번의 인내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도전을 하면 보상으로 저절로 생겨나 기회를 준다. 게임 속 다이아몬드 몇 알처럼 그런 동작의 기회를, 아닌 에너지를 얻으면 참 좋겠다. 인생에도 인내심의 보상이...
2021.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