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는 '모든 게 다 비싸다'라는 말이 존재할만큼 물가가 높은 나라입니다.
물가가 높은 만큼 임금도 그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이민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다른 나라에 비해 급여가 높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넉넉한 임금을 받고 있다,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란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급의 기본 30%는 세금으로 떼어가다 보니 여기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살기 팍팍하게 느껴지고, 더 높은 소득을 얻으면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하기에 사람들이 그저 먹고 살 정도에 만족하는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세전 급여로 남는 돈으로 주거비, 생활비 등을 내고 나면 아마 저축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 예상되며 마트 물가가 그렇게 저렴한 편에 속하지도 않지만, 그나마 해 먹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 안이 없어 마트를 택하는 게 됩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마트 물품 가격 또한 인상되고 있어 기존에도 소비를 잘하지 않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지갑을 더더욱 닫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럼 외식 물가는 어떨까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금액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중고급 레스토랑과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음식의 양, 퀄리티 및 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그 만족 수준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마트 물가가 오르면 자동적으로 외식 물가도 따라 오르기에 지갑을 또 쉽게 열 수가 없겠습니다. 다만, 팁은 선택이기에 팁을 지불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습니다.
집값, 부동산 시장을 빼놓을 수도 없겠죠? 한국과 비교하여 가격으로만 봤을 때에 노르웨이가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다만, 한국과 정반대로 노르웨이에서는 경매 방식으로 집 매매가 이뤄지다 보니 집 구매 하는 과정이 한국보다 더 복잡하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사는 게 아니라 결국 높은 가격을 입찰해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나의 예산보다 더 많은 자본금, 대출금 확보한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죠.
또한 꾸준히 화두가 되고 있던 금리 인상으로 노르웨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이어지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는 이전의 주택 시장 가격을 회복함과 더불어 월세 및 매매가격이 전체적으로 인상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월세 거주의 경우 일 년에 한 번씩 월세 인상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월세 인상은 집주인 제량이라 좋은 집주인을 만나면 장기간 인상 없이 같은 가격으로도 거주 가능하나, 금리가 오르는 경우에는 대부분 월세 인상을 요구하며 대부분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인상을 요구합니다.
이러하듯 월세로 산다고 해도 저렴하게 살 수는 없어 많은 젊은이들이 셰어 하는 형태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인 오슬로는 집값이 너무나 높아 젊은이들이 집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 기사에 의하면 변호사로 일하는 한 27세 여성이 부모님 도움 없이 집 사기가 어렵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도 오슬로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며, 집을 사기 위해서 식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투잡을 뛰는 몇몇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 또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도 자가마련 문턱은 높게 느껴집니다.
미디어가 아닌 주변 지인들 또한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구매하기 위해 투잡을 구하고 최소 3년에서 5년이란 시간을 거쳐 자본금을 마련하고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하는 데 위에 언급했듯 경매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는 예산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신축 건물보다는 1920년 또는 30년대에 지어진 100년 이상된 집들 뿐만 아니라 1800년대 말 또는 1900년대 초기에 지어진 집들도 많은 데 그러한 집을 최소 3억을 주고 사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노르웨이 부동산 또한 결코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주변 지인 중 한 명은 파트너와 5년 간 돈을 모아 집을 구매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하며 다른 한 명은 혼자 살 집을 찾는 데도 경쟁자들이 커플 또는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라 혼자서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한계가 있어 매번 경매에 참여해도 낙찰받지 못했다고 하며 이후 1년 넘게 돈을 더 모으고 최근에 집을 구매했단 소식을 전했습니다.
내부 수리, 인테리어가 필요한 집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할 수는 있으나, 부수적인 비용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노후화된 집은 정기적인 수리 및 케어가 필요합니다. 배관공, 전기공 등 전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사람 부르는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자기가 고칠 수 있는 건 셀프로 한 뒤 정말 필요한 경우에 전문공을 불러 수리를 진행합니다.
비싼 인건비와 더불어 수리 기간도 더디고 노르웨이에서는 고객의 시간에 맞추는 서비스 시스템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이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의 스케줄에 맞춰야 합니다.
이처럼 노르웨이에서도 자가마련 전/후 과정 또한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노르웨이에서는 그나마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대부분 독립을 일찍 하며 이후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생활 및 자가 마련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고충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40대, 50대에 첫 자가를 구매하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자가마련을 위해 1년 이상은 저를 위해 쇼핑 등 거의 돈을 쓰지 않았으며, 물론 당시 아는 지인 친구도 별로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약속도 최소한으로 해 지출을 줄이며 돈을 모았습니다. 투잡을 유지하기도 했고요. 한국처럼 부모가 살던 집을 물려받는 경우 및 부모가 마련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닙니다. 각자도생 하는 것으로 보면 더 쉽겠습니다.
이민 생활 3년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고물가 고임금 시장인 노르웨이에서 살기란 쉽지도 편하지도 않습니다. 임금이 높기 때문에 직원을 최소한으로 뽑으려고 해 채용 시장 기회가 보다 적고 또한 경쟁이 없는 사회다 보니 그만큼 신 사업 모델들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기에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기엔 어려움을 마주하기도 하며, 한국과 비교했을 때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 하나 00세 때 돈 이만큼 모아놔야지, 자가 마련해야지, 직장 구해야지 등 흔히 경쟁을 부축이거나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 좋게 말해 삶이 보다 여유롭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인생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세상물정에 둔하지 않나라고 생각되지만 노르웨이라서 가능한 삶인 것 같습니다.
결국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말로 끝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