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야 May 14. 2024

북유럽 노르웨이 직딩 생활 에피소드 1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는 건 어디든 같다

노르웨이에 이민 온 지 3년 차 그리고 어느덧 노르웨이에서 직장 생활 경력이 3년이 넘었다(투잡을 포함해서). 언어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경쟁, 눈치 보기 바쁜 한국 사회와 달리 노르웨이는 경쟁도 거의 없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직장 생활이 가능한 편이긴 하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조금 억울하게 느껴져 살짝 모자란 듯하게 하는 게 이득이다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치채는 사람도 없다. 각자 배우는 방식, 속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게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하듯 어느 나라건 장단점이 있지만 내가 노르웨이 직장 생활을 조금 깊이 들어가서 하게 되다 보니 일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시작과 끝맺음이 애매모호한 상황을 보게 되는 경우가 번번치 않게 있었다.

어쩌다 가끔 있는 일은 아닌 자주보다는 일반적인 경우다.


나는 한 기업 매장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데 오늘 오전부터 쉬도 때도 없이 매니저한테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물론 나도 메시지 내용을 잘못 확인 하는 바람에 장소를 본의 아니게 잘못 가는 실수를 하게 됐는데, 매니저에게 현재 필요한 목록 리스트를 첨부해서 "내가 거기서 가지고 올게" 했더니 점장은 "아무도 너에게 그걸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 사람 없어. 허락을 맡고 가지고 와야지."라고 다그치듯 말하는 것을 보고 황당함과 더불어 살짝 욱한 감정이 올라왔다. 아니 일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닌 데 누가 훔치러 간다 했나? 그래서 나도 안다고 답장을 보냈다.


아마 노르웨이 직장 생활의 장점은 상사가 나에게 기분 나쁜 말 하면 나도 어느 정도 말대꾸가 가능한 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잘 알고 있거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상사가 한국처럼 강압적으로 지시하거나 세세하게 이것저것 해라 말아라 하면 안 좋게 보기에 상사의 간섭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보편적으로 '각자의 책임'란 말을 더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에 따라 기업 환경에 따라 다르다.

노르웨이는 행복한 나라에 드는 국가로 복지 천국일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을 안해서 안 알려진 것이 아닐까? 노르웨이에서는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쉬쉬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도 종종 회사의 직원 차별 등의 문제를 겪은 노르웨이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가 나오는 것 보면 불평등은 전세계 어디서든 존재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만연하게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채용 시 외국인 이름을 가진 지원자를 배경과 상관없이 이름 단 하나로 차별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문제는 점점 대두화 되어서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지만 현재 진형행인 문제이다. 외국인으로 살면 넘어야 할 산들이 작든 크든 존재하게 된다. 현지인이라고 살기 쉬운 건 아니지만 체감이 다른 것 같다.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후에 매니저는 나에게 세부 사항을 전혀 모르는 상황을 나에게 이관하며 전화번호 두 개를 알려주면서 전화해서 해결해 보라고 하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고 뭔가 귀찮아서 나를 부려먹으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들었다.


하지만 이건 나의 매니저의 잘못도 아니고 위위윗분들이 너무 대책 없이 진행한 탓에 뒤처리는 우리 둘이 하게 된 상황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일 벌여놓으신 분들은 우리는 할 만큼 했고 이제 너네 일이야 하고 물러나신 것 같았다.


할 거면 제대로 끝내기라도 하던가! 아님 마무리라도 제대로 하게 업무 공유라도 제대로 해주던가.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해주실래요?


여하튼 내용 공유도 상세하게 안된 채로 난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현재 문제가 되는 상황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해당 업체와 계약서 작성한 사람은 내가 아니기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사실 내가 전화를 왜 걸어야 했는 지도 이해가 안 갔다.


삼십 분동안 해당 업체와 통화하느라 시간 보내고 결국엔 또 일은 일대로 해결 안 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해당 업체 직원이 노르웨이어를 엄청 빨리 말해서 결국 나중엔 영어로 말해도 되냐고 했는데 해당 업체 직원이 좀 언짢아하는 게 느껴져 그것마저도 진짜 한숨이 나왔다..


누구는 노르웨이어 현지인처럼
못하고 싶겠나요?
나도 여기서 나고 자랐음
당신만큼 잘했겠지요.


한국인으로서 외국 직장 생활이 가장 힘든 것이 아마 눈에 보이는 '허튼짓'하고 있는 이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건 나뿐인 것만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외국어로 구사하는 이 언어들 조차도 갑갑하게만 느껴진다.


추가적으로 나의 매니저는 지난주에 나에게 계속 해결하라던 B 상황이 있었는 데 오늘 내가 오전에 전화해야 했었던 업체 A와 통화하느라, 도저히 지난주에 이어서 해결할 여건이 안 돼서 동료에게 거기에 전화 좀 해서 이러이러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해줄 수 있는지 부탁했는 데 매니저가 오늘은 대뜸 거기에 전화하지 말라고 거기에 전화를 왜 하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 짜증이 쌓여갔다.


그럼 지난 주에 나한테 왜 계속 거기다가 전화를 하라 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리더쉽, 상황 판단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윗사람이 헛다리를 짚으면 아랫사람도
이를 따라 헛다리 짚을 확률이
높아지는 꼴이다.


여하튼 내가 A 업체와 통화를 끝내고 해당 내용을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알렸는 데 이후 갑자기 대뜸 나한테 오더니 "너 거기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라고 묻길래 "다른 번호를 받았고 거기다 전화했더니 이런이런 내용을 얘기해 준 거야." 답했다.


매니저는 나한테 지금 너 무슨 소리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알려준 번호로 했고 그 사람이랑 통화한 거야?"라고 물었다.

해당 상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팩트는 매니저는 해당 번호 주인의 이름조차도 모른 채 나에게 번호를 넘겨 전화해 보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니, 내가 그 번호 주인한테 받은 문자 내용(미팅이라 전화 불가하다며, 다른 번호 알려주면서 그쪽으로 전화해 보라고 함) 너한테 전달해 줬잖아. 거기다가 전화를 한 거라고." 했더니, 매니저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 이름을 소리치며 부르더니 "너 누구랑 통화한 거냐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그 번호 주인의 이름을 알고 싶은 모양이었는지 내가 상황을 잘못 파악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처음으로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소리친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매니저가 노르웨이 사람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노르웨에 사람이였음 답답하게 쳐다보며 침묵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위의 내용을 재차 설명했고 매니저는 그제야 이해를 하게 됐는데 순간 본인이 그렇게 알고 싶으면 직접 전화해 볼 것이지..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왜 전화를 하라 시킨 건지 정말 일을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면서 이 순간 진짜 때려치우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노르웨이어 원어민도, 영어 원어민도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 문제가 생기면 괜히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더 나빴다.


그래서 나도 "근데 그 번호 주인 이름이 도대체 뭐야..?" 사실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가 상황을 잘 이해 못 하게 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몰라.. 그 사람 번호 나도 마이클(상사)한테 전달받은 건데 아무도 그 번호 주인 이름 뭔지 모름"이라고 답을 하는 게 아닌가.


이후 나는 진짜 오늘 할 만큼 했다란 생각과 더불어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내가 거기에 전화를 걸었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상황 해결도 안 됐고 하니 진짜 급 기분이 다운 됐다.  


지난주부터 회사 내부 업무 진행 관련부터 다른 회사와 협력해서 진행해야 할 때도 누가 언제 무엇을 논의했는지도 잘 공유 안되고 진짜 막판에 어찌어찌 해결하니 답답한 게 쌓이기도 했지만, 이후 매니저는 소리쳐서 미안하단 말은 없었지만 내심 미안했는지 친절 모드가 되었다.


그래 나도 답답한 데 본인도 얼마나 답답하겠나 싶어 나도 넘기긴 했지만 더 좋은 직장,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쉬운 일은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차라리 내가 팀을 리딩하고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못할 건 또 없지!
인생을 누가 알까요?!




작가의 이전글 노르웨이 이민 3년 차: 나의 성장과 경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