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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Aug 29. 2024

노르웨이 직장 생활 ep.4: 매니저와 두 번째 미팅

첫 번째 미팅과 두 번째 미팅 사이에 일주일이란 간격이 있었다.

그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팀원 두 명으로부터 해당 매니저에 관한 불만 그리고 그 매니저가 팀원 개개인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팀원 두 명을 안나, 케일라라고 소개하겠다. 안나는 일 년 넘게 그 매니저와 일을 했지만 아무도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팀 매니저들과 비교했을 때 일을 안 하고 게으른 것 같은 데 남한테는 왜 이렇게 했냐는 둥 잘 못한다고 구박하는 것만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일라는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자기가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왔는 데 매니저가 자기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이리 오라고 손짓하더니 이것저것 따져 묻기 시작해 너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울러, 그 매니저가 도야, 너한테 "왜 이건 이렇게 됐어? "이게 뭐야? 누가 그런 거야?"등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고 불평을 터트리니 참기 힘들어서 화장실로 도피한 적이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사회 내에서 이 매니저가 팀원들에게 하는 행동이 허용,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케일라와 많은 교류는 없었지만, 이 친구가 이렇게까지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나도 그 매니저의 행동과 말투가 편안하지는 않았기에 어느 정도 솔직하게 나의 심정을 그녀와 공유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 매니저를 좋아하는 사람 자기가 알기엔 없다고 덧붙이며 매니저에게 자기는 이런 환경에서 일 못한다고 말하자, 좀 나아졌다고 했다.


안나, 케일라와 대화를 나눈 며칠 뒤, 나와 매니저는 사소한 것으로 인해 서로 의견을 대립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매니저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그것이 자기가 내린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그에 반하는 의견을 내밀면 자기를 공격한다고 해 황소고집을 피우기 시작한다.

심리학자도 아닌 내가 이렇게까지 설명 가능한 정도라면..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성격 패턴을 몇 번 보면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적기도 난감한 정말 볼품없는 것으로 이 매니저와 의견 대립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의견 대립 1차 때는 상황을 설명하며 왜 그렇게 못하겠는지 얘기를 했지만, 계속하라고 요구해 I can't!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2차로 매니저가 나와 다른 팀원이 있는 곳으로 와, 끝까지 해당 일을 하라고 강요를 했다. 그날 나도 너무 허무맹랑하고 납득 안 가는 행동에 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어떠한 대꾸를 하지도 않았다.


이후 며칠이 지나서 우리는 두 번째 미팅을 시작하게 됐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매니저는 해당 일을 언급하며 "다른 팀원들 앞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인 네가 팀 매니저인 내가 시키는 일에 no 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아니... 있잖아 나는 너 의견에 맞서 싸우려고 한 적 없어. 1차로 내가 못한다는 이유를 설명했잖아. 근데 네가 (듣지도 않고) 나 따라와서 또 강요를 했잖아. 난 너의 강요에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야. 너한테 반하는 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네가 그 상황을 2차로 다시 꺼낸 거잖아. 팀원들 앞에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 "아니 근데 다른 팀들은 안 하는 걸 우리만 왜 해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정말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이라 굳이 그걸 해야 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과정도 결과도 더 나아지지 않는 일을 왜 굳이 더 만들어서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이후 한창 서로 또 의견 대립을 주고받다가, 그녀는 회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라고 우기기 시작했고 나는 회사에서 언제 그런 지침이 도대체 내려졌냐, 근데 왜 다른 팀들은 그렇게 안 하는 거냐고 묻자 그녀는 다른 팀도 한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우기기 미팅인지 뭔지, 암튼 내가 다른 매니저들 이름 언급까지 하면서 걔네들은 아냐고, 도대체 회사가 언제 결정한 건지 좀 알자고 묻자 그녀는 대화 주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그녀는 내가 내 일만 하면 안 된다고 하며 3~4명 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잠깐 아래에 나올 내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면, 아이템이 많다 보니 종종 창고에서 재고 확인하며 특정 제품을 못 찾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솔직히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겠는가, 나를 포함한 해당 매니저, 팀원들도 찾다가 도저히 못 찾는 아이템이 있으면 다른 이한테 혹시 한번 들어가서 봐줄 수 있는지 부탁한다. 그럼 그 사람이 발견할 때도 있고 그 사람도 못 찾으면 품절됐다고 본다. 이게 정말 우리 일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일인데 내가 일을 잘 못하는 뉘앙스를 띄며 얘기했다. 이걸 업무적 실수라 보기엔 다른 팀들에게도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한 일을 내게 나름의 업무적으로 개선할 점이라 들이대는 게.. 하, 이제는 화도 안 난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내가 다시는 그 실수 안 한다고 보장하거나 약속할 수 없어. 난 나 자신이 완벽하지 않는다는 사실 잘 알고 있고 그리고 그 일(창고에서 재고 파악하는 일)에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어. 그건 나만 못 찾고 그러는 게 아니라, 누구나 종종 못 찾을 수 있는 거야. 창고에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 데 우리가 어떻게 다 기억하고 바로 찾겠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거에 대해서 더 나아지겠다고 약속 못해."


왜 이런 사소한 것에만 꽂혀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회사 오너가 창고에 들어가도 못 찾는 아이템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랬더니, 자기가 완벽함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고 말을 했고, 나는 "완벽하길 바라는 것처럼 들려. 그리고 너도 보다시피, 알다시피 내 팔 그리고 다리 다 두쪽 씩 밖에 없고, 이미 내 업무 외에도 많은 것들을 하고 있어. 최소 2인분 이상".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업무 외에도 다른 팀원들 일 도와주는 것, 업무 지시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매니저는 지난 미팅에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의지해! 다들 제 할 일을 못해 독립적이지 않아, "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말문을 조심스레 떼었다.


"있잖아, 네가 내 대답을 안 좋아할 것 같은데 그래도 솔직하게 얘기할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어떻게 일을 요구하는지 너한테 얼마나 일적으로 힘들게 하는지 몰라. 근데 적어도 나는 너한테 의지한다고 전혀 생각 안 하고 있고 그런 느낌도 들지 않아. 나는 100% 내 일에 책임지고 나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시 말해서, 나는 다른 애들이 너랑
어떻게 일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네가 그 얘기를 나한테
왜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어.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너한테 의지한다고 느끼지 않아 “라고 내 생각과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다른 팀원들한테 일을 시킬 뿐이지 그들의 일을 덜어주거나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인물이 이 매니저에게 의지를 너무나도 해,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기만의 지독하고도 지독한 바쁜 업무 세상이 있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됐다. 앞뒤 없이 근거 없이 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의지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걸까?

 

내가 위처럼 말하자, 매니저가 점점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는 대신 드디어 경청 태도를 보였고 필요한 게 뭔지 처음으로 물었다. 이에 제대로 된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내가 있잖아! 내가 도와주잖아!"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리하여 "나는 네가 나를 언제 도와줄지 언제 도와주지 않을지 몰라. 그리고 나는 네가 어떤 도움을 나한테 줬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자 이에 대한 대응대신 갑작스레 성장한 탓에 제대로 준비가 안 됐다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글에서는 그렇게 안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서로의 감정이 안 상하는 선에서 최대한 조심스레 내 의견을 전달하고자 노력했고, 또 내가 모르는 그 매니저의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이직하기 전까지는 같이 일해야 하는 동료이기에 최대한 팀을 잘 이끌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매니저에게 "있잖아. 네가 팀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는 걸 잘 알아, 나도 내 기대치가 있지. 근데 지금은 나는 팀원들을 행복하게 좀 만들고 싶어. 여기서 같이 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 그게 먼저인 것 같아. 그다음에 너의 기대치를 충족하게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나는 개리랑 톰에게 다른 신입들보다 오래 일했기에 일을 더 잘 안다는 이유로 더 책임을 전가 안 했으면 해. (톰에게 매니저의 업무 중 하나의 일을 시킨 것을 알게 돼 돌려 언급했다)", ""나는 팀원들을 공평하게 만들고 싶어. 처음에 도와줄 수 있지. 물론 톰이랑 개리한테 들은 것은 없지만, 사람이라면 '쟤는 나보다 일 더 못하는 데도 여기서 더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일은 더 하면서 급여는 똑같이 받네.'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우리가 톰, 개리한테 오히려 의지하고 있다 생각해. 근데 나는 걔네들한테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근데 네가 톰한테 우리 업무 중 하나를 시켰다고 들었어. 그거 사실 걔가 할 일 아니잖아. 우리 일이지."라고 말했다.


그러니 매니저는 "나는 톰과 개리를 믿기 때문에 일을 시켰던 거지, 그런 의도는 없었어. 그리고 톰이 그 일 하는 게 괜찮다고 하면 하게 해. 너 일 하나를 더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여하튼 두 번째 미팅 이후 일주일 동안 매니저는 처음으로 나에게 뭐 더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묻기 시작했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지 종종 그녀의 과거의 습관이 보이기도 했다. 나 또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나의 생각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고 머리도 상쾌해지고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이후, 해당 상황을 접한 다른 팀의 매니저가 나에게 "너 팀 매니저 될 생각 있어?"라고 물었다.

나의 대답은 "아니"일 것이다.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더 시간을 투자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더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해당 팀이 구성되기 전, 내가 팀 매니저가 아닌 어시스턴트 매니저가 된다는 소식을 접한 대다수의 동료들이이해가 안 된다며 네가 팀 매니저여야 한다, 불공평하다, 당연 너가 팀 매니저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 내가 지금의 회사에 고용되기 전부터 해당 팀 매니저 자리는 그 친구로 정해져 있었는 데 주변 동료들의 반응이 왜 그런지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나를 좋게 봐줘서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웠다.


그때, 그 누구도 그 사람이 팀 매니저라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없었을 때 눈치를 채여했었는 데, 이제 왜 나보다 좀 더 오래 일한 동료들의 반응이 그랬는 지 이해가 가는 중이다.


물론 모든 일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기 마련이기에 이민자로서 지금 직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지만, 이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의 자리에 만족했을 수 있다. 이민자의 신분으로 눈앞에 보이는 한계란 벽 앞에 그저 체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니저를 통해 나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더 고개를 들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탐구하고 이뤄나가야 할 시기라 생각됐다. 마이너스인 것 같은 상황에 놓여져 있다란 생각될지라도 플러스로 작용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팀 매니저가 된다면 경력은 되겠지만 어차피 내가 있던 없던 그 매니저가 있던 없던 회사는 대체자를 찾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가 이렇게 지금 애쓰게 말도 안 되는 것에 의견 대립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세월도 시간도 빨리 가기에 그런 것 같다. 그리하여 내 인생에 덜 중요한 일, 큰 즐거움과 의미를 선사하지 않는 일에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시간을 엉뚱한 곳에 할애하고 싶지 않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깊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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