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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Oct 21. 2024

노르웨이 생활 편: 가끔은 다 놓고 가버리고 싶다.

노르웨이, 누군가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나라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꿈에 그리던 나라일 수도 있겠으니 현재 내가 있는 곳에 감사함을 가져야 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가끔은 다 놓고 훌쩍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미련 없이 다 놓고 그저 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향수병인 걸까? 아님 내가 배가 부른 것인 걸까? 


노르웨이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3년이란 시간을 짧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성향 그리고 사회, 문화, 언어 등 어느 곳에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개인적인 만족감, 성취감을 느낄 수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 내가 바라던 직업이 아니다. 내가 바라던 직업? 그것을 위한 것이라면 소위 말하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나는 이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이 나라의 사람들의 성향을 숙지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나다움을 유지하기란 어느 나라에서든 힘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 있는가?라는 것인데 사실 노르웨이는 참 어렵다. 

노르웨이 이전에 다른 국가에서 살아온 경험도 있는 데 해당 국가들에 대해 애정이 있냐 없냐가 판가름이 어느 정도 확실히 나는 반면 노르웨이란 나라는 나에게 애정이 없다고 하기도 뭐 하고. 있다고 하기엔 뚜렷한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혼란을 느끼고 있는 걸까?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걸까?


노르웨이어를 공부 안 한 지 꽤 됐다. 이제는 이 언어를 공부해야 할 이유는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함일 뿐이지 그 이상의 동기부여는 안된다. 하지만 현재의 감정 상태로는 도저히 책을 펼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감정에 휘둘리기 싫지만 여러모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지고 말로 표현하기엔 참 애매모호한 감정들이 들다가도 사라지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모든 이민자들이 한 번쯤은 겪는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가도 가끔은 내가 여기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행복한 그러한 삶. 어제는 남편과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을 다녀오는 데 지나쳐온 풍경을 보고 '그래, 이 나라도 아름다워..'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울림을 주는 나라가 아니더라도 감동을 주는 나라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사할 수 있는 부분들이 퍼즐조각처럼 흝어져 있는 느낌이다. 나는 그러한 퍼즐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나만의 퍼즐을 맞춰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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