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 — End

2024.10 ~ 2026.02

by 김도윤

2024년 10월,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멋쟁이사자처럼 이라는 동아리를 같이 하면서 알게 된 형의 밥 한번 먹자는 연락에 학교 근처 횟집으로 향했다. 3만 원짜리 회 한 접시와 소주 두 병을 비워갈 즈음, 꽤나 갑작스럽게도 형은 창업을 제안했다.


사업이라는 것의 무게나 현실적인 어려움 따위는 알지도, 관심도 없었던 때였다. 약간의 취기도 있었고, 아이디어들도 좋은 것 같았고, 무엇보다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덜컥 그러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겁도 없고 성급한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참 치열하게 살았다. 하루 종일 피그마, 한글과 씨름하며 처음으로 사업계획서를 진지하게 써봤고, 우리 손으로 만든 첫 MVP도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서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방 뛰며 기뻐했던 날도 있었다. 길거리를 발로 뛰며 어렵게 모셔온 초기 유저분들, 작지만 소중했던 첫 매출의 감격, 그리고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퇴사 결정까지.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하기에는 참 다사다난하고도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창업 선배님들, 아무것도 없던 우리에게 기회를 열어준 기관 담당자분들, 버그 투성이 초기 모델을 기꺼이 써주며 피드백을 나눠주신 유저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해 온 대표 형과 우리 팀원들까지, 막상 마침표를 찍고 떠나려니 그 수많은 손길에 제대로 감사 인사조차 전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때 그들이 내밀어준 손이 분명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늦었지만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이제 나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과 의심이 공존하는 묘한 시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력서를 정리하면서 그동안 했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돌아보고 있다. 창업을 하면서 했던 경험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 시간이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남겨 줬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는 카카오페이 어시스턴트 면접을 봤다. 결과는 탈락! 아쉽지만 뭐 이제 시작이니까. 창업을 하면서 이미 크고 작은 실패들을 나름 경험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냥 계속해보면 뭐라도 되겠지.


2024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한없이 짧았던 나의 첫 창업기. 정말 많이 배우고 또 그만큼 자랐다.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은 알게 됐고, 기꺼이 맨땅에 헤딩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앞으로도 겁 없이, 기꺼이 헤딩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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