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modeling
2018년 12월. 블록체인을 공부한 지 9달째 되어갑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다른 사람이 열심히 갈고닦은 길을 쫓아가느라 바빴던 것 같습니다. 반쪽짜리 인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앞서간 사람들이 선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은 것도 아니어서, 제 열정에 비례하여 두려움 또한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왜 블록체인을 공부하게 되었을까. 저를 블록체인 세상으로 이끌어주신 이희우 대표님의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동안의 기억과는 다르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언급이 생각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희우 대표님께서 제시한 토큰 이코노미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 선언에 매료되어 놓고 지금껏 길을 헤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9년은 부디 달랐으면 합니다. 그래서 휴가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 대신 제가 꿈꿨던 세상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였습니다. 그 결과물로, 이 자리를 빌려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제 비전을 선언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한편으로는 오늘의 선언이 파문을 일으켜 제가 꿈꿨던 세상이 더 빨리 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혹 운이 좋아 제 꿈을 위해 공헌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본 글은 제 고민의 과정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완벽하게 틀린 길을 제시할 위험을 감수하고 쓰는 것이기에 누군가 참고할 거리라도 얻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크게 세 가지 장으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내가, 우리가 기대하던 세상은 왜 오지 않았나.’ 기대와 달랐던 현실을 돌아봅니다. 다음으로 제가 이상으로 삼는 ‘토큰 이코노미의 표준’을 정의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표준(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저는 평소 글쓰기 플랫폼에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하길 바랐기에 대한민국 대표 글쓰기 플랫폼 ‘네이버 블로그’에 가상의 모델링을 해보았습니다.
토큰 이코노미가 그나마 잘 구현된 사례로는 ‘스팀잇’이 있습니다. 하지만 닷컴 버블 시대의 UI/UX, 느린 속도, 1주일이 지나면 수정 불가능한 콘텐츠, 모바일 대응 부재, 인센티브 만능주의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 설계만 놓고 보면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으나,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블로그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플랫폼입니다. 처음에는 버티는 듯했으나 결국 70%의 직원을 정리하고 말았습니다. 그 외에는 FCoin 정도 주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훌륭한 시도였지만 지속 가능성은 역시 낙제점입니다.
2018년 초만 해도 금방 블록체인 세상이 올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 세상은 오지 않았을까요? 먼저 정부 및 금융당국의 규제를 떠올릴 수 있겠네요. 아니면 기술이 복잡해서, 시간이 부족해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죠. 네트워크 안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주체가 많아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결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거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유독 블록체인 프로젝트만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프로젝트니까,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특성을 가졌으니까.’ 기술 그 자체로 목적이 되거나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합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동력이지 항공, 버스, 기차, 자동차와 같은 개별적 운송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에드워드 데밍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간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걷어내고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입니다. (제가 꿈을 꿨을 때,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토큰 이코노미라는 용어도 매우 한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려 합니다.) 일단 우리가 꿈꾸는 토큰 이코노미를 그리고,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곳에 기술을 적용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개선하기 위해서는 측정 가능해야 하고, 측정하기 위해서는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표준은 우리의 이상(理想)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각자 생각하는 토큰 이코노미의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화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저는 이희우 대표님의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주주만 큰 부를 가져가는 주식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주, 고객, 커뮤니티 참여자 모두가 부를 가져갈 수 있는 세상, 나와 함께 만들어 나가자.
- 이희우.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 (Declaration of Token Economy)
이 문장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단지 우리가 나아가지 못했을 뿐이죠. 지금부터라도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하고 주주, 고객, 커뮤니티 참여자 모두가 부를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완벽한 토큰 이코노미 모델 : 유튜브
현실 세계에서 표준으로 삼을 만한 사례는 '유튜브'가 있습니다. 단언컨대, 유튜브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토큰 이코노미 모델입니다.
수익모델은 단순합니다. 동영상이 시작하기 전에 혹은 중간에 광고를 넣는 것입니다. 12분짜리 영상에 광고가 3개나 들어가 있습니다. 중간 광고는 보통 디스플레이 형태로 노출되지만, 동영상 시청 시간이 비교적 길 때는 동영상 형태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즉, 영상 시간이 길수록 광고를 노출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버는 돈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만약 유튜브가 이 수익을 독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크리에이터의 반발이 거셌을 것입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로 왜 네가 돈 버냐?’ 불만이 생기겠죠. 어쩌면 다른 플랫폼으로 주도권이 넘어갔을 수도 있겠고. 하지만 유튜브는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했습니다. 바로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크리에이터가 55%를 갖고, 나머지 45%를 유튜브가 갖습니다. 유튜브의 몫이 다소 많아 보이지만, 이런 플랫폼조차 없기 때문에 유튜브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료 시청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수익을 분배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자기 수익에 대한 공유가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브에서 번 돈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단희쌤은 주기적으로 자신의 수익을 공개하고 있죠. 화면을 보면 구독자 10만 명일 때 월 800만 원 이상을 벌고 있네요. 와, '나도 유튜버나 해볼까'하는 생각이 드시죠? 그래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5위도 유튜버입니다.
유튜브 모델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3가지 교훈
이처럼 유튜브는 성공적으로 크리에이터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3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가 소비한 시간은 플랫폼의 수익과 직결됩니다. 과거 포털이 주도하던 시기에도 사용자의 체류시간은 중요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동영상은 광고를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수익과 훨씬 높은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둘째, 수익 발생 시점에 분배하면 겪지 않아도 될 수많은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자금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관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계획하고 관리•통제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토큰 이코노미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까닭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감수하는 형태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현재의 토큰 이코노미는 파생상품 수준의 복잡성을 갖고 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발행을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좀 더 신중해질 것입니다.
셋째, 성공 경험 공유는 매우 강력한 홍보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얼마 벌었는지 알고 나면 '나도 유튜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직업을 대체할 정도니까요. 심지어 유튜브에 올인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장래희망이 유튜버라는 것, 이 말은 지금보다 앞으로의 유튜브가 더 무서워진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유튜브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콘텐츠 전쟁은 이미 유튜브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 어쩌면 수많은 IT회사에게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유튜브는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직 더 좋은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꿈꿨던 토큰 이코노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사람 모두가 부를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사실 이런 세상은 이미 가까이 와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면 웹툰 작가, 말을 잘하면 유튜버가 되는 식으로 세상은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사이의 경제적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이는 오프라인 활동을 겸한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유튜브처럼 직업을 대체할 정도로 강력한 플랫폼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 플랫폼에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하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Why NAVER?
서비스 기획부터 토큰 이코노미 설계까지 모두 제시한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건 제 역량 밖의 일입니다. 그래서 실존하는 플랫폼에 가상의 모델링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미 훌륭한 서비스에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고, 예시를 들지 않고서는 내용을 전개하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이런 방식으로 전개합니다.)
저는 네이버 블로그를 선택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제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춘 훌륭한 플랫폼이고, 내부에서도 변화를 필요로 할 것 같아 모델링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으로는 10년 후에도 네이버를 사용하고 싶은 유저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UGC 플랫폼이고, 카페·블로그·지식인으로 이어지는 검색엔진 콘텐츠의 핵심 축을 맡고 있어 네이버 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사용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변화를 고민하였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익숙함을 넘지 않는 개선'이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네이버는 검색엔진 중심의 포털로 광고 관리 시스템 역량도 충분히 갖췄고, 블로그와 관련해서는 애드포스트라는 수익 분배 모델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버TV, V LIVE, SNOW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쌓은 동영상 편집 기술도 있다 보니 사실상 유튜브에 대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입니다.
네이버의 위기
이런 네이버 블로그도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내부에서는 크리에이터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한 파워 블로거는 하루에 10만 명이 봐도 보상은 거의 없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말은 맞습니다. 우리는 직업 블로거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네이버가 수익을 독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드포스트 모델을 통해 수익을 분배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보상이 없다고 할까요? 이 부분은 뒤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플랫폼에서든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네이버여서, 유튜브여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성과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네이버와 유튜브를 파트너 삼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플랫폼을 옮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파워 블로거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점점 크리에이터의 자발적 선의에 의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의 위협
외부 상황도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을 유튜브가 완전히 장악했다는 점입니다. 동영상 시장 내 유튜브 사용시간 점유율은 압도적입니다. 게다가 범위를 전체 앱 사용시간으로 넓혀 봐도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이 된 것입니다.
물론 단순히 사용 시간이 늘었다 해서 위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이미 네이버를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검색 포털이고, 카카오톡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즉,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잡지 못한 것은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일이긴 하지만 위험한 상황까지는 아닌 겁니다. 그냥 좀 많이 아쉬운 거예요.
하지만 유튜브는 다릅니다. 네이버의 심장. 검색엔진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상 지식 분야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광고마저도 콘텐츠입니다. 가장 무서운 건, 한글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터치해가며 유튜브 영상을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네이버를 사용하게 만드는 일은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지향점과 유튜브 모델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해보았습니다. 목적은 명확해 보입니다. 양질의 콘텐츠 풀을 확보하여 검색엔진 시장을 사수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블로그 서비스도 성장해야겠죠.
플랫폼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활동만 가치 있는 기여로 인정하고 보상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원칙을 세우고자 합니다. ‘플랫폼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활동만 가치 있는 기여로 인정하고 보상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수익 창출과 관련 없는 행동에 보상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행하면 명백한 낭비이고, 적자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적자가 지속되면 생존이 위태로워집니다. 그렇기에 플랫폼 전체 수익 규모 안에서 플랫폼 수익 창출에 기여한 사용자에게만 경제적으로 보상하려 합니다.
크리에이터 보상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유튜브의 모델을 네이버 블로그에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동영상 기반이지만 블로그는 텍스트 기반입니다. 그래서 광고 형태가 다르고, 과금 방식이 다릅니다. (같은 이유로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광고 노출수, 클릭수, 클릭률 등의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광고를 자연스럽게 보는 것과 클릭해야 보는 것은 광고 수익 규모에 대단히 큰 차이를 불러옵니다. 즉, 네이버 블로그는 수익을 독점하는 것이 아닙니다. 블로거에게 충분한 수익을 주기 어려운 여건인 것입니다.
네이버는 이미 블로거와 더 큰 수익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광고에 이미지도 추가하고, 본문 광고 1개를 삽입하여 네이티브 광고화 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동영상 부문 역시 네이버TV 채널을 개설하여 수익화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현업에 계신 분들의 고민에 제가 개선할 부분을 찾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블로거 입장에서는 뭔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텍스트든 디스플레이든 태생적으로 동영상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네이버TV도 엄밀히 표현하면 유튜브나 다름없어서 블로거의 입지는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블로그가 네이버TV 크리에이터의 멀티 기지로 전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직업 블로거를 만들겠다!' 제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로 느껴졌습니다.
참여자 보상
일단 크리에이터 보상은 접어두고 참여자 보상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참여자의 어떤 행동에 보상을 주어야 할까요? 스팀잇 모델을 보면 댓글과 큐레이션이 있는데... 글쎄요. 블로그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오는 플랫폼이지, 댓글을 보기 위해 오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메인 콘텐츠가 먼저 주목을 받아야 댓글도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 네이버는 검색엔진입니다. 원래 잘하던 거예요. 그렇다고 스팀잇의 큐레이션이 탁월한 것도 아닙니다. 개개인의 취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큐레이션에 가까워 보입니다.
물론 댓글이나 큐레이션도 플랫폼 성장에 기여하는 건 맞지만 경제적으로 보상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꼭 줘야 한다면 1사토시 정도? 확실한 건, 댓글과 큐레이션이 수익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활동은 아닙니다. (단, 네이버 카페 혹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와 같은 형태라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안은? 공유!
그럼 참여자의 어떤 행동에 보상을 주어야 할까요? 저는 ‘공유’에 주목했습니다. 일단 유튜브를 보면 내가 구독하고 있지 않더라도 맞춤 동영상을 통해 꾸준히 큐레이션 하여 보여줍니다. 페이스북은 공유의 끝판왕입니다. 굳이 공유하기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만 달아도 주변 사람에게 노출됩니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구독자 기반이어서 공유/확산에 약합니다. 내가 구독하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글을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간혹 많은 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타인의 콘텐츠를 공유하면 상당히 큰 확산이 일어나긴 합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이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타인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검색엔진을 통해서도 타인의 콘텐츠를 접할 기회는 많습니다. 하지만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어떠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야 하고, 같은 이유로 정보 획득이 목적이다 보니 필요한 정보만 찾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검색 유입은 크리에이터 개입이 제한적이고 재방문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를 바탕으로 한 인센티브 구조 설계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파급효과 또한 엄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글을 바탕으로 동영상도 수용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블로거는 가끔 자신의 콘텐츠 안에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함께 넣곤 합니다. 글을 쓰다가 보충이 필요한 부분에 다른 사람의 영상으로 대신하는 식이죠. 참여자가 곧 크리에이터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TV와 네이버 블로그 간 시너지 효과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입니다. 이를테면 A라는 크리에이터가 네이버TV에 동영상을 올리고, 이를 본 참여자 B(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했을 때 B의 블로그 구독자가 동영상을 시청함으로써 수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을 네이버TV 크리에이터 A와 콘텐츠 확산에 기여한 참여자 B(블로거) 그리고 플랫폼(네이버)이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블로거는 타인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활동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노력은 유튜브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수준의 작업뿐입니다.
기존의 공유경제가 유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였다면, 앞으로의 공유경제는 콘텐츠의 확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콘텐츠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처럼 말이죠. 타인의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 이런 사회를 저는 ‘공유경제 2.0’이라 부릅니다. 2018년이 토큰 이코노미 원년이었다면, 2019년은 토큰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한 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부문에서는 공유경제 2.0이 중심에 있기를 바랍니다.
공유경제2.0 : 타인의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
그런데 이런 미래를 저 혼자 만들 수는 없습니다. 오직 플랫폼 차원의 결단과 리소스 투입을 통한 실행만이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그 시기를 앞당겨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여러분들께 지지를 호소합니다. 저 역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힘을 보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9년 1월 5일 토큰 이코노미 분석 모임 TES(Token Economy Study group)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치 있게 읽으셨다면 구독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