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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윤 Feb 07. 2019

토큰 이코노미 - 이희우

블록체인 세상의 도래

블록체인처럼 오해와 논란이 많은 영역도 드문 것 같습니다. 산업 자체가 극초반 단계이다 보니 같은 개념인데도 각자 다른 버전으로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다들 자신감이 넘쳐 모두가 전문가 행세를 합니다. 이래서는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올바른 학습을 위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왜 주목받게 되었고,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 관련 여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희우 대표님의 저서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 식견을 쌓기 위해 표준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개념을 쉽게 설명하여 초심자가 읽기에 좋고,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어서 편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이희우. 토큰 이코노미


책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블록체인의 핵심 철학인 탈중앙화에 대한 언급을 시작으로, 화폐 변천사, 사용자/네트워크의 진화,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는지 등 블록체인 기본 지식을 쉽게 설명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유튜브 채널 '불새! 쫄불! - 블록체인 전문방송'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세상에 뛰어들기 위한 기초 체력을 갖췄다면,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을 통해 사람들이 왜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2부는 현재까지 가장 주목받는 블록체인 서비스인 '스팀잇'의 화폐 구조, 토큰 이코노미를 집중 분석하여 어떻게 혁신을 이루었는지 살펴봅니다.


저자인 이희우 대표님은 VC(Venture Capital) 업계에 20년 정도 몸담았다가, 최근 LINE으로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강의로 열렸던 <쫄지마 창업스쿨>에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이 시작됐고, 현재는 저자가 만든 토큰 이코노미 스터디 그룹인 TES에서 매주 뵙고 있습니다. 약 4년 간, 저자를 보며 느낀 점은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졌으며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적극적인 승부로 기회를 만든다거나, 정상에 오른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모습은 수많은 창업가들에게 모범이 되곤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대하는 자세도 특별했습니다.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개념이 나왔을 때 기존의 지식에 비추어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ICO, STO 같은 개념들도 결국 기존 금융권 지식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얼핏 금융업계 사람들에게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규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직면하면 쉽게 한계를 드러내고 맙니다. 저자 역시 금융업계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이다 보니 기존의 성공 방식에 익숙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자의 성향은 책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대다수의 책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블록체인 기술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하지만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 기술로 바꿔야 할 미래와 우리의 비전에 주목합니다. 인터넷 기업은 수많은 사용자(user)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업 성장에 공헌한 사용자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졌고, 더 나아가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로 규정하였습니다.


저자는 400년 간 고착화된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민했고, 이를 응축한 결과물로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을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주주만 큰 부를 가져가는 주식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주, 고객, 커뮤니티 참여자 모두가 부를 가져갈 수 있는 세상, 나와 함께 만들어 나가자.
- 이희우. 토큰 이코노미 선언문 (Declaration of Token Economy)


그런데 놀라운 건, 20년 경력의 베테랑 VC 투자자가 이러한 선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소수 주주의 독식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분개할 일입니다만,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VC 한테는 (직접 투자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주 자본주의가 저자 본인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처음인 길을 걸어가고, 다른 사람보다 빨리 새로운 판에서 게임의 룰을 만드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당장 몇 년을 앞서가기보다, 더 어렵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베팅한 것입니다. 이 장엄한 선언과 함께 1부는 끝이 납니다.


2부 '스팀잇의 실험과 도전'은 책 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단일 서비스가 이렇게 비중 있게 다뤄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 같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그만큼 기념비적인 사례라는 방증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스팀잇'에 대한 제 견해는 저자와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스팀잇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결여된 플랫폼이라 여겼습니다. 사용성이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견주어 보면 보잘것없는 UI/UX였고, 가입 절차는 (초대장 시절) 티스토리보다 번거로워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습니다. 화폐 발행?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는 그저 돈 장난으로 비쳤습니다. 그래서 금방 한계가 드러날, 지속 가능하지 못한 모델이라고 보았습니다. 누구보다도 글쓰기 플랫폼에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인데도 이런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가 꿈꿨던 토큰 이코노미>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팀잇이 구현한 시스템에 주목했습니다. '이건 쓰레기야!' 단정 짓는 대신 스팀잇의 복잡한 토큰 이코노미 구조를 파훼하고,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일반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좀 더 쉽게 토큰 이코노미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이 쌓여 저자는 블록체인 세상을 주도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만약을 생각하는 건 부질없지만, 제가 스팀잇의 완성도가 아니라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제 미래도 약간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저자를 만든 것은 '저자의 호기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만 스팀잇 사례의 시한은 정해져 있어 보입니다. 스팀잇은 최근 70%의 직원을 정리했고, 대표까지 교체하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를 이해하기에는 좋은 모델이지만 사례 가치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스팀잇 대신 라인에서 만들 글쓰기 플랫폼 혹은 네이버 블로그의 토큰 이코노미 성공 사례가 수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희우 대표님의 unblock 입사 비하인드 스토리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LINE 신중호 대표님과 나눈 대화는 영화 <적벽대전>에 나온 제갈공명과 주유의 가야금 연주를 연상케 합니다. 고수의 대화에 이런저런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을 관통하는 비유 하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 점에서 LINE이 훗날 블록체인 업계를 주도한다면, 아래의 대화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사회주의를 만들었지만, 레닌이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마르크스가 아니라 레닌이 되셔야죠.
신중호 대표님.
마르크스가 아니라 레닌이 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국가를 만들어보시죠.


unblock 이희우 대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등장 배경에는 중앙화 된 조직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다. 이는 탈중앙화 정신으로 표출되며 기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성장에 사용자, 즉 우리가 기여한 것이 없는가? 우리가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리고, 그것을 퍼 나르고, 관심사를 표출해서 이렇게 커온 것이 아닌가? 우리가 키웠는데 왜 이와 관련된 부는 투자자와 일부 주주만 가져갈까? p.44


왜 팻 프로토콜 현상이 나타나는가? 그것은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라는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속성상 많이 사용할수록 교환 가치, 보유 가치가 커진다. 미국 달러를 보더라도 가장 안정된 화폐라는 인식으로 인해 전 세계의 통용 화폐로 쓰이지 않는가? p.50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대상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낸다. 특히 분산화되어 있는 노드들에 모든 데이터가 보관되기 때문에, 각 노드들에 저장된 데이터가 위변조 되어 있지 않은 원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53


화폐의 발행권을 대중이 가진다는 것은 가치 척도, 교환 수단, 지급 수단, 가치 저장의 기능을 이제 국가가 아닌 대중이 갖고 그것으로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 투자, 금융, 회사 구조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디지털화된 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디지털 속성을 극대화하면서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p.112



* 이희우 대표님의 <토큰 이코노미>를 읽고, '토큰화된 세상'에 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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