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따위!
엄마 손을 잡지 않고 혼자 걸을 수 있었을 때부터일까, 어느 순간 우리의 도미노 게임은 시작되었다.
게임의 룰도 시작도 끝도 모르는 채로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조각을 쌓아가고 있었고, 물론 지극히 평범하게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한참을 몰두하다 보면 한 해가 지나있었고, 두 해가 지나있었고, 마치 애초에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나는 최선을 다했어.
어느새 내 주변엔 견고하게 쌓아진 내 도미노 길을 보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 길을 묻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지.
그래 생각보다 나는 주어진 일을 꽤 잘 해내고 있었어.
언제부터! 왜! 시작했는지 알 수 없던 이 끝없는 일은 그렇게 길이 되었고, 나는 이제 무의식적으로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머릿속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난 후 조각을 쌓던 손을 허공에 멈춘 채 나는 비로소 앞을 보았고.
내 앞엔 그저 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엔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지.
머릿속의 회오리가 또 내게 물었어.
“ 언제까지 쌓아야 하지? “
“ 언제 무너뜨릴 수 있는 거지? “
내가 생각하는 마흔은 좀 더 어른의 모습이었어.
친절하고 여유롭게 답을 알려줄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 되었는데 우습게도 나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 채로 작은 조각을 쌓고 있었어. 일곱 살 때 블록 쌓기 놀이에 쏟던 그 집중력과 그 시야 그대로.
그땐 그 블록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하늘이 무너질 듯 울어재끼곤 했지.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면 다 잊어버릴 수 있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이스크림마저 없다는 것. 하물며 언제까지 쌓아야 하는지조차 모르지. 언제 무너뜨릴 수 있는지 아니 무너뜨려도 되는지 조차.
어쩌면 죽을 때까지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어쩌면 평생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이 길의 목적인 걸까.
사십 년 넘게 습관처럼 쌓다 보니 길은 참 예쁘게도 만들어져 있었다.
낮이든 밤이든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이 길에서 나는 편안했고 이유를 물을 이유가 없었던 거야.
나는 멈췄어.
내 오른발이 허공에 멈춘 것을 왼발도 모를 만큼 갑자기.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예쁘게 완벽하게 쌓아 올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더라는 것.
그런데 나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가며 너무 최선을 다해 지나치게 열심히 쌓았잖아.
그렇게 쌓아온 나의 예쁜 도미노를 보며 문득 일어선다. 그리고 바라본다.
‘ 언제까지 쌓아야 하지? ‘
‘ 나는 이걸 왜 쌓고 있는 거지? ‘
‘ 나는 행복한가? ‘
도돌이표 같던 이 질문에서 나는 매번 무너져버리다가, 행복을 쓰레기통에 처넣기로 한 순간 적어도 한 가지는 깨달았다.
오랜 시간 균일하고 완벽하게 쌓아갈수록 나는 너무 숨이 막힌다.
이 견고하고 완벽한 좁은 길 위에 나는 더 이상 존재하기 싫다.
무너뜨리지 않으려 수 십 년을 손 떨리게 쌓아온 조각들, 이제는 무너뜨려야겠다.
나는, 이 길에서 나가야겠다.
그저 그런 흔한 단어 하나인 주제에 내 인생을 휘두르는 너 따위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
“ 행복 따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