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비에 그리고 일상에
아내와 아이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아침.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출근 준비를 잠시 미루고 창을 열었다. 바닥에 앉아 멍하니 밖을 쳐다본다.
틱. 탁. 톡. 빗소리가 경쾌하다. 살며시 내리던 녀석들이 유리에 부딪히고는 아프다며 얼굴을 찌푸린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아침 풍경이 낯설다.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조각난 산은 구름에 가려져 형체를 알기 어렵다.
구름이 감싸고 있는 산에는 비에 젖은 한 사람이 뚜벅뚜벅 걷고 있을 것만 같다.
그는 잠시 비를 피해 바닥에 앉는다.
틱. 탁. 톡. 신발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는 그에게 나는 묻고 싶어졌다.
왜 지금 거기 있느냐고?
그가 허리를 펴고 일어나 산 아래를 내려본다.
가야할 곳을 찾다가 비와 구름이 가리자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깊은숨을 쉰다.
그의 얼굴이 궁금해 좀 더 상상해 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다 뜬금없이 정호승 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가 생각난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정호승 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 中
앗! 엉뚱한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출근 시간이다.
가방을 들고 신을 신고서 한 걸음 한 걸음 비를 맞으며 걷는다.
태연하게 우산을 접고, 어제 그 버스에 오르는 나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느냐고
오늘도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