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이 안겨주는 치유의 시간

by moonlight

막탄섬. 플랜테이션 베이.

아침 식사를 하고는 아이들의 재촉에 곧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어제와 달리 아직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 햇볕과 그늘이 오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풍덩~

중간중간 휴식을 하느라 선베드를 오가다 우연히 옆자리 사람을 본다. 혼자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과 함께할 여행지라는 선입견이 그녀를 보게 한다.
수영하고 누워서 하늘 보고 바람 느끼고, 점심 먹고 수영하고 책 읽고, 그리고
딱 한 번 전화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안부를 알려준다.

혼자만의 여행.
수영하고 먹고 책 읽고 바람을 느끼는 것이라면
이곳이 아닌 한국에서도 가능한데 왜 여기까지 왔을까?

그러고 보니 가족과 함께 온 나도
먹고 수영, 먹고 수영, 자고 수영.
나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이곳에서의 여유가 좋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이지만 이런 익숙하지 않음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선배드에 몸을 올리고 초록빛 수건으로 살짝 덮는다. 파랑과 하양이 엉키는 하늘을 보다가
시원한 바람이 데려온 까만 비구름도 만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의 시선과 상관없이 물놀이하고
멍하니 하늘을 보고 어설픈 영어로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문득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왜 고민했는지는 사라지고 없다.

낯선 공간. 익숙한 공간과의 단절이 주는 치유의 시간을 찾아 온 것은 아닐까?

오늘 밤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면
차곡차곡 쌓인 나의 일과 고민을 다시 마주할 테지만
이곳에서의 치유로 좀 더(아주 조금 일지라도 ㅠ) 순간에 집중하는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녀도 그러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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