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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19. 2023

실전 문풀반으로 출근합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손에 쉬고

앱으로 열리는 세상에서 열심히 폭탄을 터뜨리며

주위 장애물을 없애고 미션클리어를 했건만,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

줄지 않고 쌓여 가는     

to do list가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1번은

본부 인사팀에 충원을 요청하는 보고서 작성입니다.


인력 부족을 절실하게 읍소하는 분위기를 담아야 하죠.

감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논리를 듬뿍 담아서요.     


결원이야 언제나 있지만,  정원은 동결인 상황에서

업무량은 증가하고  결원이 발생하니

여기저기서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업무의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부서장의 코드에 맞는 이가 많은 일을 했죠.


하지만 일의 쏠림 현장이 심해지면서


일을 떠맡은 자는

현재의 보상체계가 부적절하다 생각하고


일에 소외된 자는

부서장의 관리 능력에 불신이 커집니다.


결국 남은 자들 사이에 갈등의 골만 깊어지지요.      


사진출처: 픽사베이(by Mohamed_hassan)




모니터의 빈문서를 응시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잠시 옥상에 올랐습니다.   


근데 웬일인가요?

까치 한 마리가 총총총 다가옵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by Clker)


무언가 좋은 소식이겠지요.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오니 인사담당자가 핫한 소식 하나를 건네줍니다.

      

"ABC김아무개이 사직서 양식을 달라고 했어요."          


분명 까치였는데,

분명 까치 소리도 들었는데...     


그 까치는 결원율을 높여

보고서의 설득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내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최근 1년 사이에 벌써 3명이 사직을 했습니다.


많은 수가 아니라고 보이겠지만,

50명 남짓 근무하는 이곳에서 결원율로 보면 급증이죠.     


이쯤이면 퇴사의 원인을 찾아 공론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조직문화로까지 이야기가 흘러가야겠지요.

    

기존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되었군요.      


아차.

공무직 한 분이 내일 면담을 요청한 게 떠올랐습니다.


통상 기쁜 일은 복도에서 스치는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죠.

분명 무언가 고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 놓을까요. 이제

새로 떠오르는 문제에 걱정 대신 기대가 생겨납니다.   


어차피 직장이란

실전 문제풀이반이잖아요!  


자꾸 풀어봐야 실력이 쌓이고 또 내 것이 되니까요.


                     

사진출처: 픽사베이(by ger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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